알바니아사태,「南富北貧」지역감정서 시작 내전 비화조짐

  • 입력 1997년 3월 12일 20시 10분


[정성희 기자] 피라미드식 예금의 붕괴로 비롯된 알바니아의 소요사태가 진원지인 남부의 블로러는 물론 살리 베리샤 대통령의 거점인 북부로 확대돼 남북간 내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동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반군들이 11일 국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3개 시를 장악한 가운데 북부지방에서는 베리샤대통령의 지지자 9천여명이 무기고를 약탈하는 새로운 사태가 빚어졌다. 알바니아의 반정부 소요사태가 이처럼 내전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전통적으로 반골기질이 강하고 경제적으로 앞섰던 남부지방의 투자자들이 피라미드식 예금붕괴로 훨씬 더 많은 돈을 잃었기 때문. 원래부터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남부지방과 농업을 주로 하는 북부지방 주민들 사이에 존재했던 지역감정도 이번 반정부 소요를 계기로 더욱 증폭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 피라미드식 예금 붕괴가 시작된뒤 수도 티라나에서 먼저 촉발된 반정부 소요는 비교적 용이하게 진압됐으나 블로러를 비롯한 사란더 히마레 등의 소요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소요의 중심지인 항구도시 블로러의 경우 공산주의 붕괴 이후 마약과 무기밀매 및 불법자금을 갖고 이탈리아에서 몰려온 불법이민자들 덕분에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던 터라 피라미드식 예금의 붕괴에 따른 충격이 특히 컸다. 남부의 무장 시위세력은 자신들이 폭도로 불리는 것에 반발하며 『우리는 단지 잃어버린 돈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부패한 정부를 축출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거사의 명분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바꾸고 있다. 독이 오를대로 오른 남부지역의 반군을 진정시키는데도 허덕이던 베리샤대통령이 내전단계로까지 악화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도높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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