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꾸청-데비, 자전적 내용 「잉얼」「나한야테」출간

  • 입력 1997년 2월 24일 20시 22분


[정은령기자] 작가는 신처럼 다양한 인물들을 창조해내지만 신과는 달리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절대자유를 추구하는 작가와 그를 옥죄는 환경과의 갈등은 때로 삶의 숨겨진 차원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승화된다. 최근 번역된 해외소설 「잉얼」(실천문학 간)과 「나 한야테」(문이당 간)는 자신을 둘러싼 삶의 조건과 맞대응했던 작가들이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자전적인 내용으로 눈길을 끈다. 「잉얼」의 작가 꾸청은 문화대혁명 이후 이른바 개방물결이 넘치던 「신시기(新時期)」의 대표적 시인. 초등학교 졸업의 경력만으로도 해외대학에서 중국고전문학을 강의했던 그는 93년 뉴질랜드의 한 외딴 섬에서 아내를 살해한 뒤 목을 매 자살함으로써 충격을 던졌다. 「잉얼」은 꾸청이 엽기적인 죽음에 이르기 직전 자신의 방황을 제삼자가 회고하는 형식으로 정리한 유언과 같은 소설이다. 여성과 탈문명이야말로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꾸청은 아내 세예, 연인 잉얼과 함께 88년 이후 뉴질랜드의 외딴 섬 와이히키에서 은둔생활을 한다. 꾸청은 자신이 사랑하는 두 여자가 자매처럼 손을 잡고 해변을 거니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천국의 평화」를 맛보지만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잉얼은 뉴질랜드인과 줄행랑을 쳤고 헌신적인 아내 세예 역시 그의 폐쇄적인 생활방식을 견뎌내지 못해 「결별」을 선언한 것. 중문학자 유세종교수(한신대)는 꾸청의 삶과 작품이 『사회적 거대담론에서 개인적 미시담론으로 넘어가는 현대중국의 비극적인 한 단면을 예리하게 부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도의 여류작가 데비의 73년작인 「나 한야테」는 결별로 끝난 젊은날의 연애를 당사자인 두사람이 40년간의 시차를 두고 각각 소설로 회고했다는 점 때문에 첫 발간 당시 화제를 모았다. 인도 상류층 학자집안의 딸이었던 데비는 소녀시절 아버지의 문하생인 루마니아청년 엘리아데와 사랑에 빠지지만 가문의 반대에 부닥쳐 헤어진다. 모국으로 돌아간 엘리아데는 33년 두사람의 사랑을 소재로 소설 「벵골의 밤」을 펴냈으며 데비는 40년이 흐른 뒤에야 이에 대응해 「나 한야테」를 집필했다. 「나 한야테」는 힌두어로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뜻. 데비는 서구남성의 관점으로 실연의 아픔과 인도문화를 그린 「벵골의 밤」과는 달리 인도여성의 관점에서 서구와 인도문화의 부닥침, 의식있는 여성으로서 인도의 가부장적인 제도를 견뎌내는 지난한 삶 등을 그렸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