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해외언론 반응]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뉴욕〓이규민특파원]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는 14일 황장엽을 조속히 서울로 데려 가려는 한국정부의 집중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고위당국은 아직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북경발로 보도했다. 이 기사는 중국이 전통적으로 북한과 친밀하게 지내 왔지만 최근 5년간 한국의 투자와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서울측과 더욱 가까워졌다고 전제하고 이에 따라 중국은 지금 어떤 결정을 하든지 어느 한쪽으로 부터는 비난을 받게 되는 최악의 곤경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또한 13일 황의 망명사실을 북경발 1면기사로 보도, 이 사건으로 중국이 난처한 외교적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하면서 황이 어째서 자신의 망명이 보다 우호적으로 처리될 도쿄 대신 별로 환영하지 않을 중국에서 탈출했는지 이유가 분명치 않다고 전하면서 도쿄에서 경호가 너무 삼엄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 黃,강경파 자극했을 것 ▼ [런던〓이진령특파원] 더타임스는 『이사건은 북한내 권력투쟁이 일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북한정권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 꼴』이라고 보도했다. 리버럴한 신문인 가디언은 개방파인 황의 견해는 김정일과 일치했으나 군과 당내의 강경주의자로부터 반대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황이 일본체류시 『사회주의 국가도 시장경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언급, 북한도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강경주의자들을 더욱 노하게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北 개방파 수세 몰려 ▼ [파리〓김상영특파원] 고급지 르몽드는 이번 사건은 북한의 마지막 동맹국인 중국을 미묘한 처지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전이후 가장 높은 북한 인사인 황의 망명은 북한 지도층에서 벌어지는 개방파와 수구파의 권력투쟁을 의미하며 개방파인 그가 소수파로 몰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베를린〓김창희특파원] 독일언론들은 황의 망명이 중국정부를 난처하게 만들고는 있지만 결국 황의 한국행을 인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PA통신은 겉과는 달리 중국과 북한 관계는 훨씬 좋지않다고 말하고 『중국의 자본주의 도입과 한국과의 경협 강화 등이 양국 관계를 냉각시켰다』고 평가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등 다른 신문들도 金正日(김정일) 생일을 바로 앞두고 일어난 이 사건은 북한 정권에 큰 타격을 입혔으며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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