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부도]국내은행 해외지점들, 借入 『비상』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千光巖기자] 한보부도의 여파로 국내은행 해외지점들이 단기자금을 빌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일본의 일부 은행들은 한국계 은행 현지 지점에 단기자금공급을 중단하고 있으며 독일은행들도 당분간 단기자금공급을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몇몇 은행들이 한국계 은행에 단기자금 제공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의 외화자금 관계자는 『독일은행들이 앞으로 약 2주정도 한보사태를 관망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단기자금 공급을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일계 은행들이 단기자금 공급을 중단할 경우 다른 유럽계 은행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계 은행들은 지난달 31일 제일 조흥 서울은행 등에 단기자금공급을 중단, 국내은행 현지 지점들이 자금을 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지점들은 외화자금을 꾸기위해 하루종일 일본계은행을 돌아다녔다. 그래도 못구했다. 결국 국내본점의 지원을 받거나 비교적 자금사정이 좋은 산업은행 등에서 지원받아 가까스로 자금결제를 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이 보름 이상 지속되면 단기자금부족분이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행은 한국은행 도쿄사무소에 일본내 한국계 은행들의 자금결제가 어려우므로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처럼 해외시장에서 우리은행의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차입금리가 올라가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로는 지난달 30일 현재 시중은행의 해외단기차입금리는 한보부도사태 이전보다 0.05%포인트가 올랐다. 그러나 일부은행은 하루짜리 초단기자금 조달금리가 0.2∼0.3%포인트 급등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한보사태이전에는 런던은행간금리(LIBOR)+0.20%에 단기자금을 조달했으나 지금은 LIBOR+0.5∼0.6%에 차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도 『우리은행은 그나마 사정이 좋은편이지만 단기자금조달금리가 한보사태 이전보다 0.05%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태가 빚어진 것은 물론 한보사태가 직접적 원인이지만 「은행이 도산해도 정부지원은 없다」는 정부당국자의 발언이 불에 기름을 붓듯 사태를 극도로 악화시켰다. 시중은행의 한 해외점포장은 『李錫采(이석채)청와대경제수석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아무리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외국은행이 많아져 자금 자체를 빌리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국내은행들은 외화자산 매각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단시일내에 처분하기가 힘들어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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