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허덕이는데 세계증시는 활황』…美紙 분석

  • 입력 1997년 1월 8일 20시 18분


「뉴욕〓李圭敏특파원」 한국 주식시장과는 대조적으로 세계 주요국가의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의 증시가 동시에 호황상태를 보이는 것은 드문 현상으로 지난달초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그 원인을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주요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를 위해 돈을 많이 찍어냄에 따라 그 돈이 국경을 넘어 증권시장으로 몰려드는 것이 주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으로 자본의 국가간 이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함으로써 자본이전이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우리 증시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대만의 주식가격은 44.5% 올랐으며 홍콩은 40.7%, 네덜란드는 35.1%, 그리고 멕시코 스페인 덴마크 필리핀 등이 모두 30%를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량이 많은 미국 뉴욕의 증시도 15%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증시가 폭등세를 보인 나라들의 특징은 모두 자국 자본에 의해 자금이 풍요로워져 주가가 상승한 것이 아니고 일본 중국 유럽국가들에서 몰려든 자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본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출을 촉진키로 하고 그 수단으로 통화발행을 통해 엔화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을 쓰면서 시중에 돈이 넘치게 됐고 그 돈이 달러로 바뀌어 뉴욕과 대만 홍콩 등으로 몰려든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1천억달러 수준의 외화보유고도 수시로 국경을 넘나들면서 홍콩과 뉴욕 등지의 증시를 달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국가의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내리기 위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통화발행 경쟁을 벌이고 있어 여기서 흘러나온 자금들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주변국으로 흘러들어 주식가격을 치솟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들 자금은 비교적 경제가 안정상태에 있는 나라들로 옮겨질 뿐 한국처럼 외화반출입이 까다롭거나 경제 및 정국동향이 불안정한 나라들에는 얼씬도 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대만 홍콩 등이 앉아서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원인 분석 ▼ 미국,사회보장기금까지 증시투입 「尹喜相기자」 「사회보장기금이 미국 주식시장에 유입된다」. 6년연속 호황인 경제 덕분에 승승장구하고 있는 미국 증시가 국민들의 사회보장기금이 일정부분 주식투자로 돌려질 것으로 보이자 더 기세가 올랐다. 이는 미국 사회보장기금 운용 자문위원회가 2년반 가량의 연구끝에 지난 7일 주로 국채(國債)에만 투자돼오던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보장기금을 주식투자에도 쓸 수 있도록 하는 요지의 보고서를 냈기 때문. 이 보고서는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려 의견을 통일하지는 못했지만 총 기금의 40%가량을 주식투자에 쓰거나 은퇴 후 연금을 받게될 급여생활자들이 미리 자기 지분을 어느 쪽에 투자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럴 경우 오는 2010년까지 최소한 4조달러(약 3천3백76조원)의 신규자금이 미국 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월 스트리트의 증권브로커들은 희색이 만면이지만 미국 정부의 고민은 깊다. 현재는 기금 추가적립액이 연금지급액보다 연간 6백억달러가량 많다. 그러나 현재 50대인 전후(戰後)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 사정이 반전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안정성을 따져 국채에만 이 기금을 투자하도록 묶어놓으면 오는 2012년에는 적립액 원금을 깎아먹기 시작하고 급기야 2029년이나 2030년 경에는 기금이 바닥난다는 계산이 나왔던 것. 결국 21세기에 기금이 「부도」나기 전에 지금 기금운용을 잘해 덩치를 불리자는 절박한 취지에서 「기금의 주식투자 방안」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주가는 폭등도 폭락도 하는 「애물단지」같은 것. 전국민의 노후자금이 주식투자에 들어갔다가 행여 원금을 까먹는 상황이라도 벌어지면 말그대로 「사회안정」이 뒤흔들릴 사안이다. 이 때문에 자문위원들은 「사회보장기금은 투자재원이 아니라 저축금」 「향후 1년내에 의회와 정부가 결론을 내는 것은 반대」라는 등 의견이 구구하다. 한국처럼 「대통령 취임당시의 주가수준을 지키기 위해」 또는 「떠나는 개인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한 극약(劇藥)처방」으로 연기금의 적립액이 주식시장에 강제동원되는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일이다. ▼ 아시아에서도 한국-일본만 고전 「尹喜相기자」 새해들어 사상최고치 경신행진을 다시 시작한 미국의 주가를 제쳐 놓더라도 유난히 한국 주가가 아시아 각국 주가의 동반상승 대열에서 벗어나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외신은 한국의 주가하락은 정부의 노동법 날치기 처리에 따른 노동계의 파업이 계속되는데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연두회견에서 「호재(好材)」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으로 지적, 외국인투자가들의 발길까지 가로막고 있다. 지난 7일 아시아 12개국 주요 주식시장에서 한국 일본 홍콩 호주 등 4개국 주가만 하락세였고 8개국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일본의 경우 향후 경제전망이 불확실한데다 엔화가치가 계속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등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인 반면 한국은 「정치적인 악재」가 주가하락을 부채질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홍콩은 0.2%, 호주는 0.4% 하락하는데 그쳐 심각한 상황은 아니며 오히려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하자 시세차익을 겨냥한 단기매물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반면 태국에서는 3.8%, 중국 상해에서는 2.47%나 주가가 급등했다. 인도네시아 주가도 1.0% 상승했고 뉴질랜드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지의 주가 역시 「사자」주문이 「팔자」주문을 압도해 동반상승 대열을 형성했다. 특히 상해는 심천 거래소의 주가가 「3월이전에 공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무려 4.83%나 폭등한 데 힘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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