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질극]협상 어떻게 돼가나

  • 입력 1996년 12월 20일 19시 33분


「朴來正기자」 페루주재 일본대사관 인질사태를 둘러싼 반군측과 페루 등 각국 정부간 협상은 현재 △앤서니 빈센트 페루주재 캐나다대사를 대표로 하는 5명의 외교관 인질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페루주재 본부 등 두개의 경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중 미카엘 미니그 페루 총재가 이끄는 ICRC측은 식료품과 의약품 등을 범인들에게 전달하고 범인들이 정부측에 보내는 문서를 받아오는 등 페루정부에 의해 뒤늦게 지정된 「공식」 중재역을 넘어서지 않고 있다. 반면 외교관 인질팀은 범인들이 18일(현지시간) 「협상다리역」을 수행할 것을 전제로 풀어준 데 이어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 역시 이들을 통해 범인들과 접촉할 것을 도밍고 팔레르모 교육장관에게 지시, 명실상부한 「다국적 협상위원회」로 부상했다. 공교롭게도 빈센트 캐나다대사는 캐나다 외무부에서 4년동안이나 국제테러 대처업무를 맡았던 인물. 더욱이 범인들마저 후지모리대통령과 담판을 요구하면서 대통령이 선임한 내각차원의 대책위원회를 무시하고 있어 사태해결의 열쇠가 다국적 협상위의 손으로 넘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사건 발생 3일이 지난 20일 현재 다국적 협상팀은 페루정부의 대책위와 함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일본 미국 등 각국 정부와도 사태수습을 위한 협상조건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협상이 다국간 채널로 확대됐다면 이번 사태는 특공대 투입을 전제로 한 강경진압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범인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굴욕적인」 수습방안이 유력해진다. 인질들이 억류된 대사관저가 일본정부의 주권이 미치는 「일본영토」이고 일본정부가 자국대사를 포함한 인질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일본관방장관이 19일 『대사관저에 진입하려면 우리정부의 양해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사실 미국 등이 제시하고 있는 「타협불가」방침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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