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제게 큰 영광이었어요. 잊지 못할 거예요. 영원한 배우 이순재 선생님을 위해 기도합니다”라고 덧붙이며 국화꽃 사진과 흑백 사진을 올렸다.
흑백 사진에는 이연희가 연극 ‘리어왕’ 속 광대 분장을 하고 이순재의 손을 꼭 잡은 모습이 담겼다. 이연희는 이순재와 2021년 연극 ‘리어왕’에서 부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숭고하고 압도적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으로, 이연희는 이 작품을 통해 첫 연극 무대에 도전했다. 이순재는 ‘리어왕’에서 리어왕을 맡았다.
이연희는 리어왕의 막내 딸 코딜리아 역, 바보 광대 역을 동시에 소화했다. 코딜리아는 아버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딸이며, 바보 광대는 끝까지 리어왕의 곁을 지키는 익살스러운 조력자이자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자였다.
이순재는 70년 동안 방송, 영화, 연극 등을 넘나들며 활약한 우리시대 대중문화 산증인으로 통한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MBC TV ‘사랑은 뭐길래’(1991∼1992), KBS 2TV ‘목욕탕집 남자들’(1995~1996) 등 주말 드라마를 통해 국민 아버지 반열에 올랐다. MBC TV 드라마 ‘허준’(1999), ‘상도’(2001), ‘이산’(2007) 등 사극을 통해 묵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무게감이 남달랐던 이순재는 MBC TV 시트콤 ‘거침 없이 하이킥!’(2006~2007)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나영석 PD가 연출한 tvN 여행 예능물 ‘꽃보다 할배’(2013)도 새로운 젊은 층 사이에서 이순재의 인지도를 높였다.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다른 원로 배우들과 함께 출연한 이 예능에서 이순재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직진 순재’라 불렸다.
노년에도 ‘세일즈맨의 죽음’ ‘늙은 부부 이야기’ ‘장수상회’ ‘리어왕’ 등 연극에 출연하며 ‘대학로의 방탄노년단’으로 불렸다. 특히 2010년대 후반 이연희, 권유리(소녀시대), 박소담, 김슬기 등 젊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등에 출연하며 젊은 관객들에게도 눈도장을 받았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건강 악화로 출연 중이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하차한 뒤 휴식을 취해왔다. 지난해 말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로 대상을 받고 무대에 오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순재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 유족으로는 부인 최희정 씨, 아들 이종혁, 딸 이정은 씨가 있다. 발인은 27일 오전 6시20분,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던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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