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작은 한반도’ 보며 가을 정취 만끽하고 수라상 맛봐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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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용 작가의 영월 여행 이야기
한반도 지형 닮은 명소로 급부상… 전망대 가는 길엔 나무-야생화 가득
4억년 된 고씨굴에선 형형색색 종유석-석순 등 볼 수 있어
여행으로 기력 떨어졌다면 수라상에 오르던 어수리 나물밥이 제격

다사다난했던 올여름이 지나고 9월 강원도엔 가을이 도착한다. 계절을 끌어안은 청정 지역 영월은 자연이 축제다. 나들이하기 좋은 시기에 ‘한반도지형’은 가족이 찾기에 좋은 명소다. 젊은 감각 한껏 살린 스폿들을 돌아보며 요즘 트렌드에 걸음을 맞춰도 좋다. 여정의 끄트머리 단종이 즐기던 어수리 나물 밥상까지 마주하면 영월은 말 그대로 여행이 곧 힐링이 된다.

한민족 긍지 끌어올리는 한반도 축소판

선암마을의 한반도지형.
선암마을의 한반도지형.
세계 어느 나라보다 민족애가 강한 우리나라. 다문화 국가로 변화하는 요즘에도 한민족에 대한 열망은 남아 있다. 이제 인종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애국심을 강조할 때다. 역사와 지역, 문화 등 다양한 이유로 한반도는 단순한 영토의 개념을 넘어 민족의 얼이 되기도 한다. 한반도지형을 꼭 닮은 이곳은 자연스레 영월의 최고 명소로 급부상했다. 바로 선암마을의 ‘한반도지형’이다.

이곳이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초 한반도지형 근처에 도로를 놓는 계획이 있었는데 지난 2000년 영월 출신 한 사진작가의 노력으로 도로 개설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2009년 행정구역이 서면에서 한반도면으로 바뀌었고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곳을 시찰한 문화재청도 지형에 감탄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5호로 지정했다.

입구에 도착하면 마음이 벌써 설렌다. 한반도지형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다. 전망대로 향하는 계단에 오르면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 사이로 오솔길이 나타난다. 빽빽한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 덕분에 더위를 느낄 새도 없다. 삼거리를 지나면 이정표를 따라 우측으로 나무 데크가 이어진다. 주차장에서 한반도지형까지 걷는 길이 심신의 건강을 돌아보며 산책하기에 좋다. 곳곳에 계절마다 피어나는 야생화도 반갑다. 이곳의 자연도 건강하다는 방증이다.

드디어 하늘이 열리며 한반도지형이 나타났다. 진짜 우리나라 영토를 꼭 닮은 땅. 그 옆을 굽이쳐 흐르는 강물은 한반도를 감싸는 삼면의 바다를 닮았다. 여러 번 왔는데도 “우와!” 하며 탄성을 질렀다. 같은 장소인데 계절과 날씨, 함께 온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가족은 물론 모임이나 단체가 와도 모자람이 없을 명소다. 도보로 왕복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동굴과 천문대에서 땅속과 하늘 여행

4억 년의 시간을 품은 고씨굴.
4억 년의 시간을 품은 고씨굴.
한반도지형을 보고 천혜 자연의 신비를 느꼈다면 4억 년의 시간을 품은 고씨굴을 추천한다. 영월군 김삿갓면에 자리한 이 동굴은 입구가 남한강 넘어 비탈진 계곡에 있다. 현재 놓여 있는 다리가 없다면 드나들기도 어렵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 덕에 임진왜란 당시 왜병과 싸운 고종원 장군 일가가 이곳으로 피신해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 고씨굴이란 이름도 그런 기록에서 유래한다.

1966년 세상에 알려져 1969년 천연기념물 제219호에 지정됐다. 총길이는 3388m에 이르지만 500m 정도만 일반에게 공개했다. 좁은 통로를 따라 들어가 다시 나오는 원점 회귀 코스다. 어둡고 신비한 길을 걷다 보면 4개의 호수를 비롯해 3개의 폭포, 10개의 광장을 만난다. 재밌는 이름을 붙인 형형색색의 종유석과 석순·석주들도 볼거리다. 땅속 깊은 곳에 있는 터라 연평균 기온이 14∼16도라고 한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해서 좋다. 늦여름 장대비가 내리는 중에 방문했는데 축축이 젖은 옷을 입고 들어가서 시원하게 말려서 나올 수 있었다. 아이를 동반한 방문이라면 교육에도 좋을 것 같다.

별마로천문대.
별마로천문대.
땅속의 신비가 해소됐다면 이번엔 하늘 위 별세상의 신비를 마주할 시간이다. 영월의 별마로천문대는 봉래산 정상에 지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시민 천문대다. 정상을 뜻하는 우리말 ‘마루’와 한자 고요할 ‘로’를 합성해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란 의미로 지었다. 영월 지역의 쾌청일수가 196일로 국내 평균 116일보다 훨씬 많아 최고의 관측 여건을 가지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인데 공간마다 평소 보지 못했던 천체와 관련한 체험 코스가 마련돼 있어 흥미롭다. 꼭대기엔 이곳의 자랑인 80㎝급 반사망원경이 설치된 주관측실을 비롯해 보조망원경 10대를 갖춘 보조관측실이 있다. 날씨만 좋다면 매일 밤 우주의 신비를 만끽할 수 있으니 여기야말로 별 맛집이다.

단종대왕의 애착 음식 어수리 나물밥

지친 몸의 기력 회복에 좋은 어수리 나물밥.
지친 몸의 기력 회복에 좋은 어수리 나물밥.
숲을 거닐고 땅속과 하늘을 여행했다면 출출할 때가 됐다. 걷고 뛰며 몸을 힐링했으니 속도 든든하고 건강하게 채우자. 영월에 와서 어수리 나물밥 안 먹고 가면 서럽다. 어수리는 임금님께 진상했던 나물로 유명한데 이름도 임금 어(御)에 드릴 수(授)를 써서 지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영월에 유배 왔던 단종이 어수리 나물을 즐겼는데 처음 맛보고 “정순왕후의 분향이 난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어수리는 피를 맑게 하는 식물로 당뇨, 변비, 기침 등에 효과가 있고 뿌리는 삼(蔘)의 일종으로 중풍과 통증 치료에 약재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영월엔 박가네식당이 유명한데 어수리 나물로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비롯한 여러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어수리 나물과 함께 더덕이나 불고기, 제육 등을 곁들이는 메뉴가 있는데 어떤 걸 시켜도 특유의 향과 함께 맛이 일품이다.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첫술부터 칭찬을 쏟아 놓는다. 여행으로 지친 몸의 기력 회복에 더없이 좋다. 건강밥상 한 끼로 아쉽다면 어수리 떡이나 장아찌를 구입해 여운을 달랠 수도 있다.

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music@mure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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