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변장하고 극장서 관객과 영화 볼 생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29일 06시 57분


■ 칸 황금종려상 ‘기생충’ 30일 개봉 앞두고 국내 첫 시사회

가난한 이들의 몸짓은 절박함
최우식의 노래도 절망의 역설
기생충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


“칸은 과거가 됐다.”

26일 막을 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이 말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영예를 안은 부담감일까 아니면 30일 국내 개봉과 함께 또 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옮기려는 의지일까.

2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기생충’을 국내 첫 공개한 봉 감독은 “이제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됐다. 한 분 한 분의 생생한 소감이 궁금하다”면서 “변장하고 극장에서 관객과 영화를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에 쏠린 관심과 시선이 흥행의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설렘의 기대감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5시30분 현재 ‘기생충’의 예매율은 51%(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넘어서며 ‘기생충’ 제작진의 기대치를 높였다. 또 봉 감독과 ‘흥행파워’를 자랑해 온 송강호의 호흡, 황금종려상 수상작에 대한 호기심 등으로 시사회에는 5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이날 ‘기생충’ 관계자는 “3개관을 취재진 시사를 위해 대관했다”면서 “극장가 특수를 노리는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시사회와 엇비슷한 규모이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모두 직업을 갖지 못한 가난한 집안의 식구들과 IT기업의 대표이사로서 상당한 부를 쌓은 젊은 CEO 집안의 가족이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최우식)이 CEO(이선균)의 딸을 과외로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드라마와 코미디, 공포와 스릴러 등 장르를 넘나들며 기발한 상상력을 펼쳐낸다.

영화는 이미 알려진 대로 이를 통해 빈부의 격차, 그로 인한 사회 양극화의 심각성을 풍자하며 고발한다. 가난한 이들이 내뱉는 대사와 드러내 보이는 몸짓은 때로 웃음을 자아내는데, 이는 더욱더 심화되는 경제적 양극화 굴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절박함의 안타까움을 더한다. 엔드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최우식이 부르는 주제가 ‘소주 한 잔’(봉준호 작사)은 계급의 사다리를 통해 위로 절대 오를 수 없게 된 현실에 대한 젊은 세대의 좌절과 절망의 역설이기도 하다.

봉 감독의 지휘 아래 주연 송강호를 비롯해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등 연기자들이 펼쳐낸 연기는 이 같은 이야기를 전하는 데 가장 강력한 동인이 됐다. 실제로 봉 감독은 이날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가난한 자와 부자(의 모습)는 풍부한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진 배우들에게 투영돼 보여진다”면서 배우들에 대한 찬사를 잊지 않았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인터뷰를 통해 “인간이 가진 자존감 붕괴와 존중의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한 송강호의 말을 이어받듯, 봉준호 감독은 이날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을 어떻게 지키느냐에 따라 기생이 될 수도, 공생과 상생이 될 수도 있다”며 결국 영화 ‘기생충’은 인간의 이야기임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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