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랑 vs 신과함께 vs 공작…3가지 지수별로 본 여름대작 3파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7월 27일 06시 57분


영화 ‘인랑’ - ‘신과함께 - 인과 연’ - ‘공작’(위쪽부터).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롯데엔터테인먼트·CJ엔터테인먼트
영화 ‘인랑’ - ‘신과함께 - 인과 연’ - ‘공작’(위쪽부터).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롯데엔터테인먼트·CJ엔터테인먼트
무더위를 이길 최적의 장소, 바로 극장이다. 관객이 몰리는 피서철 극장가는 소리 없는 전쟁에 한창이다. ‘한국영화 빅3’의 흥행대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25일 먼저 출발한 ‘인랑’에 이어 8월1일 ‘신과함께 - 인과 연’, 8월8일 ‘공작’이 개봉한다. 본지 영화담당 이해리 기자가 3가지 지수로 한국영화 빅3를 파헤쳤다.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로운지(아드레날린지수), 이야기가 만드는 감동과 울림은 얼마나 큰지(뭉클감동지수), 흥행의 필수요소인 입소문이 날 만한 작품인지(입소문지수)를 이해리 기자가 평가했다. 폭염이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지금, 영화와 함께하는 ‘극장 피서’를 권한다.

영화 ‘신과함께 - 인과 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신과함께 - 인과 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아드레날린지수

1편 넘은 2편…‘신과함께’ 판타지 진수 보이다

● ‘신과함께 - 인과 연’ : 90%


다시 만난 지옥이 이토록 반가울 수가 없다. 이미 1441만 관객이 인정한 1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다시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다. 원작 웹툰의 감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판타지 영화의 매력과 저력을 과시하는 자신만만한 작품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신파를 통해 관객을 눈물 쏟게 했던 1편의 아쉬움 역시 상당부분 보완됐다. 1편에 박한 점수를 준 이들이 더 반기는 2편. 저승 삼차사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에 얽힌 1000년 전 과거 서사의 완성도도 상당하다. 솔직히, 보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 ‘공작’ : 70%

믿기지 않지만 실화다. 한국에서 벌어진 ‘진짜’ 첩보전. 현실이 주는 무게감이 상당한 리얼 첩보전이라 할 만하다. 물론 쫓고 쫓기는 추격전, 피 튀기는 총격전은 보기 어려운 작품. 익숙하게 봐 온 할리우드의 첩보극이 말초신경부터 자극하는 록밴드의 연주와 비슷하다면, ‘공작’은 서서히 달아오르는 진중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가깝다. 한반도가 평화 무드인 지금, 돌아보면 영화가 택한 1990년대 중반의 상황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낯설다. 실재했지만 쉽게 믿을 수 없는, 그 어색한 ‘공기’가 바로 이 영화의 매력이다.

● ‘인랑’ : 60%

SF액션을 보러 갔다가 멜로영화를 보고 나온 기분이다. 시대가 만든 상처와 아픔을 겪는 인물들이라는 설정이 있지만, 특기대 요원(강동원)과 한때 테러단체에 몸담았던 여인(한효주)의 사랑은 어색하기만 하다. 멜로의 향이 짙은 탓에 다른 장점이 묻히니, 아쉬움은 배가 된다. 그래도 강동원과 정우성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자동으로 ‘동공’ 확장. “장르가 비주얼”이라는 김지운 감독의 설명처럼 두 배우가 무게 40kg의 강화복을 입고 나란히 선 모습은 CG를 의심케 할 정도로 완벽하다. 강동원 정우성 보는 것만으로도 돈은 아깝지 않다.

영화 ‘인랑’.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인랑’.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뭉클감동지수

‘인랑’ 뭉클감동지수 꼴찌…비주얼로는 엄지척

● ‘신과함께 - 인과 연’ : 90%


이번엔 손수건과 티슈는 필요 없겠다. 1편 때처럼 눈물 쏟을 일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동은 더 깊어졌다. 따뜻하고 또 따뜻한 이야기. 보고나면 마음에 존재하는 어떤 응어리가 사라지는 듯한 마법을 부린다. 잘못을 용서받기까지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인륜을 저버린 인간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면서도 모든 걸 다정하게 감싸 안는다. 염라대왕과 삼차사의 비밀이 드러나는 마지막 장면에선 느닷없이 ‘스타워즈’의 유명 대사가 떠오르면서 ‘심쿵’하지 않을 수 없다. 나름 반전의 연속.

● ‘공작’ : 80%

진부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체제나 이념은 인간과 인간의 믿음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운다. 남한 공작원(황정민)과 북한 고위간부(이성민)는 속고 속이는 상황에서도 끝내 상대를 향한 믿음을 놓지 않는다. 신념으로 뭉친 멋진 ‘아재’들. 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북한 내부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라 압도적인 느낌을 준다. 제작진이 북한 보위부 출신 탈북자 증언과 각종 자료를 조사하고 감수해 재현했다. 생전 김정일이 애견사랑에 각별했던 모습을 담은 장면까지도 실화를 바탕으로 구현했을 정도로 ‘리얼’ 그 자체다.

● ‘인랑’ : 50%


유토피아를 기대하는 세상에 등장한 디스토피아. 이야기, 메시지, 캐릭터, 비주얼까지 전부 차치하고 일단 왜, 하필, 2029년을 배경으로 했는지부터 의문이다. 불과 10년 뒤의 세상은 상상 가능한 범주에 있다. 지금과 비교해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지만, 영화가 택한 2029년은 혼돈과 암흑의 세상. 경제가 파탄 나고 무장테러집단까지 등장한 10년 뒤 한국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민중으로 상징되는 테러단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공권력을 향해 먼저 총을 쏘고 폭탄 던지는 장면은 못내 불편하다. 시대를 향한 고민이 부족한 선택.

영화 ‘공작’.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입소문지수

한국 첩보전 이거 실화? ‘공작’ 입소문지수 톱

● ‘공작’ : 80%


실화영화만큼 다방면으로 입소문이 퍼질 수 있는 작품도 없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실제 사건부터 실존인물을 향해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확산되기 때문. 지난해 ‘택시운전사’가 그랬고 ‘1987’도 비슷했다. 이런 입소문은 흥행을 돕는 보너스 요소. 황정민이 연기한 안기부 스파이 흑금성은 1990년대 활동한 박채서 씨의 암호명. 영화가 개봉하면 어떤 식으로든 조명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작품보다 입소문이 절실한 ‘공작’ 입장에선 호재. 1997년 대선 때 일어난 북풍 사건, 북한이 거친 고난의 행군도 영화와 함께 다시 주목받지 않을까.

● ‘인랑’ : 70%

기·승·전 김지운. 그 이름을 향한 기대는 여전하다. 주인공 강동원부터 정우성 한효주 한예리 최민호까지, 출연한 배우들이 ‘인랑’을 택한 이유는 같다. 이구동성 “김지운 감독의 영화”이니까.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의 설계자로 통하는 김지운 감독이 내놓는 새 영화를 향한 믿음은 관객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개봉 초반 반응이 썩 긍정적이지 않지만, 아직 김지운 팬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개봉 첫 주말을 보내면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낸다면 입소문을 더한 장기 레이스도 기대해볼만 하다.

● ‘신과함께 - 인과 연’ : 50%

사실 입소문 자체가 필요 없다. 1편을 본 관객 가운데 절반만 2편을 봐도 770만 동원은 거뜬하다. ‘신과함께’라는 제목 자체가 브랜드. 최악의 입소문이 ‘1편보다 재미없다’는 평가겠지만 이런 소문이 퍼질 가능성은 낮다. 시사회를 통해 가장 많이 얻은 반응은 ‘1편보다 낫다’였으니, 일단 안심. 염라대왕 역의 이정재와 귀인 수홍 역의 김동욱은 그야말로 ‘하드캐리’. 안 그래도 구멍을 찾기 어려운 영화는 두 배우의 내공까지 더해져 빈틈을 꽉 채웠다. 2편이 흥행한다면 그 성공은 이정재, 김동욱의 공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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