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도 못한 ‘핫100’ ‘빌보드200’ 동시 점령…방탄이 또 해냅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24일 06시 57분


그룹 방탄소년단은 ‘과거’ 케이팝의 성과 위에서 ‘현재’ 케이팝의 영역을 넓혔고 ‘미래’ 케이팝을 위한 디딤돌을 쌓아가고 있다. 싱글과 앨범으로 동시에 빌보드 메인차트에 오른 첫 케이팝 그룹이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룹 방탄소년단은 ‘과거’ 케이팝의 성과 위에서 ‘현재’ 케이팝의 영역을 넓혔고 ‘미래’ 케이팝을 위한 디딤돌을 쌓아가고 있다. 싱글과 앨범으로 동시에 빌보드 메인차트에 오른 첫 케이팝 그룹이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 ‘3가지 키워드’로 본 방탄소년단의 케이팝 성과

▶빌보드

싸이: ‘강남스타일’로 7주 연속 핫100
방탄: 4주 연속 빌보드 싱글·앨범 차트

▶SNS

싸이: ‘말춤’ 커버댄스 영상 확산 인기
방탄: 일상·고민·관심사 등 팬과 공유

▶음악

싸이: B급 감성에 벗어나지 못한 음악
방탄: 힙합 벗어나 다양한 장르로 진화


“이제는 너희들의 시대야!”

서태지는 올해 9월2일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자신과 협업한 그룹 방탄소년단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방탄소년단은 이미 ‘대세’를 넘어섰다. 그들은 과거 케이팝의 성과 위에서 현재 케이팝의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미래 케이팝의 또 다른 성취를 위한 디딤돌을 쌓아가고 있다. 싸이가 일군 케이팝의 우뚝한 성취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서태지 25주년 콘서트에서 서태지와 합동 공연 당시 방탄소년단.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서태지 25주년 콘서트에서 서태지와 합동 공연 당시 방탄소년단.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 빌보드의 힘

2012년 7월 싸이는 정규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을 내놓고 두 달 뒤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100’에 진입했다. 그 3년 전 원더걸스가 ‘노바디’로 처음 차트에 오른 뒤 한국가수 사상 두 번째였다. ‘강남스타일’은 승승장구하며 차트 진입 3주차 만에 2위에 올라 7주 동안이나 자리를 지키며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후로도 ‘젠틀맨’과 ‘행오버’를 역시 ‘핫100’ 순위에 올려놓으며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한 곡으로 큰 인기를 누린 뒤 사라진 가수)’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DNA’로 ‘핫100’에서 98위를 차지했다. 9월 말 85위로 진입해 4주 연속 차트에 머물고 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DNA’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허(LOVE YOURSELF 承 Her)’가 또 다른 메인 차트인 ‘빌보드200’에서도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9월 말 케이팝 앨범으로는 최고인 7위로 등장한 뒤 역시 4주 연속 순위에 올라 있다.

이처럼 케이팝 싱글과 앨범이 동시에 빌보드 차트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이룬 최초의 성과로 꼽힌다. 특히 아티스트에 대한 음악적 평가라고도 볼 수 있는 ‘빌보드200’에서 당당히 상위권에 랭크되면서 그 진가는 도드라진다. 이들은 이미 12월 ‘화양연화 파트2’를 시작으로 2016년 ‘화양연화 영 포에버’, ‘윙스’, ‘유 네버 워크 얼론’ 등을 이미 같은 차트에 올려놓았고 모두 다섯 장의 앨범으로 세계 음악팬들에게 다가갔다.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 SNS의 힘

싸이는 2014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로 유튜브 조회수 20억 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9월 7월 ‘씨 유 어게인’을 내놓은 미국의 위즈 칼리파와 찰리 푸스가 기어이 올해 7월 그 기록을 깼지만 수년 동안 ‘강남스타일’의 영상이 전 세계 대중을 휘어잡은 것은 틀림없다.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특유의 B급 유머 가득한 영상과 쉬운 멜로디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의 일명 ‘말춤’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를 따라 추는 ‘커버댄스’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싸이는 글로벌 스타로 가는 지름길 위에 섰다. 전 세계 대중이 자연스럽게 따라하고 흥겨움을 나누면서 스타의 이름값도 날로 높아갔다.

이처럼 대중음악에 있어 SNS의 힘은 커져가고 있다. 거의 모든 케이팝 스타들이 이를 적극 활용한다. 방탄소년단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신들(과 소속사)의 모든 제작 콘텐츠를 SNS를 통해 선보인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음악적·홍보성 콘텐츠에만 머물지 않는 이들은 매우 소소함이라도 자신들의 일상을 적극적으로 팬들과 공유하려 한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팬들이 겪고 또 품고 있을 만한 다양한 고민과 관심사도 나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두터워 보이는 팬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이들을 비로소 한국에서도 인정받는 그룹으로 키워냈다. SNS를 통해 교류한 해외 팬덤의 힘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라고 음악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방탄소년단이 올해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또 21일 미국 시사주간지 US 위클리는 이들을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 음악의 힘

이런 성과는 곧 또 다른 음악적 콘텐츠의 밑바탕이 된다. 방탄소년단은 ‘학교 3부작’과 ‘청춘 2부작’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앨범’을 통해 동시대 대중의 고민을 공유해왔다. 10대와 20대 등 또래 대중이 지닌 현실적 고민을 노랫말로 담아내고 또 이를 실제 멤버들 자신의 것인 듯 SNS를 통해 확산시키기도 한다.

이들은 또 이 같은 메시지를 한국어 노랫말에 담아 유연한 멜로디와 자연스런 리듬으로 버무림으로써 트렌디한 감각과 감성을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서태지가 ‘컴백홈’의 리메이크를 이들에게 맡긴 것도 어쩌면 그런 동질의 감성 덕분이었을 거라고 말한다. 힙합을 음악적 바탕 삼은 방탄소년단은 이제 ‘러브 유어셀프 승-허’를 통해 EDM과 라틴 등 또 다른 장르의 리듬을 가미하며 진화해가고 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이후 ‘행오버’나 ‘젠틀맨’을 내놓으면서 주목받았지만 크게는 B급 감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강남스타일’의 커다란 성과에 짓눌린 부담감에 시달렸다.

방탄소년단은 바로 이 같은 케이팝 선배들의 성취 위에서 서 있다. 세븐, 원더걸스, 싸이, 빅뱅, 씨엘 등 대중음악의 본거지 미국을 비롯해 세계의 문을 힘겹게 두드린 선배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방탄소년단의 자유롭고도 경쾌한 성과가 더욱 빛을 발하는 셈이다.

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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