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경리부②] “이게 무슨 깍두기 국물?” (명대사 열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3일 06시 57분


배우 김강현-류혜린-김선호-조현식-김원해. 김종원 기자|won@donga.com
배우 김강현-류혜린-김선호-조현식-김원해. 김종원 기자|won@donga.com
제 아무리 ‘명품 대사’라고 해도 얼마나 진심을 다해 소화하느냐에 따라 시청자가 느끼는 감정은 천지차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과장’ 박재범 작가가 써내려간 글은 수첩에 적어놓고 두고두고 되뇌어볼 대사로 차고 넘쳤다. 경리부 5총사가 그 명대사를 꼽았다.

● 김원해…“자존심, A4용지처럼 스치면 손끝 베일만큼 한 순간 무뎌지고.”(2월23일 10회)

경리부의 존폐를 걸고 회사와 대치하는 장면.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감각 넘치는 애드리브를 최대한 활용했다. 코믹함을 줄이고 진중하게 접근했다. 조연으로서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할 인생, 작가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대사를 많이 줬음에도 애드리브를 한 까닭이다.

● 김강현…“자존심, 애 낳고 아빠 되니까. 집 사고 나서. 다 녹아서 없어졌더라고.”(2월23일 10회, 김원해 대사)

리허설 때부터 모두 울게 한 대사. 듣는 순간 부모님이 생각나더라. 우리 아버지도 (일 끝나고) 막걸리 한 통 들고 집으로 들어오셨는데. 우리 엄마에게도 첫사랑이 있었을 테고. 젊은 시절 A4용지처럼 날카롭고 빳빳했을 부모님이 자식을 키우기 위해 살아오신 인생을 떠올리니 참을 수 없었다.

조현식…“아버지도 한 가족이잖아요.”(2월15일 7회, 남상미 대사)

동료의 아픔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위로의 대사. 극중 같은 회사의 사원인 아버지가 정리해고 대상자라는 사실에 혼자 고민할 때 남상미가 건넨 한 마디. 사적인 영역에 서로 관여하고 싶지 않을 테지만 모른 척하지 않고 다가올 때 고마움이 현실처럼 받아들여졌다. 말 하지 않아도 다 이해하고 품어준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 류혜린…“이게 무슨 깍두기 국물?”(1월26일 2회, 남궁민 대사)

‘김과장’의 B급 재미가 본격 시작된 장면. 남궁민이 자동차에 치여 얼굴로 흐르는 피를 ‘낼름’ 먹는 장면에 놀랐다. 남궁민의 대사 소화력과 표정 때문에 해당 영상을 25번 넘게 봤다. 이를 계기로 ‘김과장’에 마음을 활짝 열었다. 저처럼 이 장면을 보고 드라마의 B급 매력에 빠진 시청자가 굉장히 많았을 것 같다.

● 김선호…“잃는 것은 4대 보험, 얻는 것은 저 자신이요.”(2월23일 10회)

제 캐릭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느꼈다. 많은 직장인이 4대 보험, 월급, 보너스를 받기 위해 회사를 다니며 자존심, 자존감, 자긍심은 숨긴 채 일한다고 하더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더 열심히 연기해야겠다고 새삼 각오를 다졌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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