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쇼 원조’ 美-유럽과 다른 한국 리얼리티 쇼 특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1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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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예능’을 비롯한 한국의 ‘리얼리티 쇼’는 원조 격인 미국, 유럽과는 소재와 연출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의 리얼리티 쇼는 서구의 ‘일반인 경쟁형’ 리얼리티 쇼와 달리 ‘연예인 일상형’ 쇼다.

서구 리얼리티 쇼의 원조를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일가족의 일상을 방영한 ‘아메리칸 패밀리’(PBS·1973)가 있지만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평범한 사람들이 무인도에서 최소한의 도구만 소지한 채 생존 경쟁을 벌이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우승하는 ‘서바이버’(CBS·2000년)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미국의 리얼리티 쇼는 주로 서바이벌(생존) 경쟁을 소재로 한다.

출연자들이 생존을 위해 협동과 경쟁을 반복하면서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이 된다. 그 과정에서 ‘승리를 위해서, 동료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볼 꼴, 못 볼 꼴’ 다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극한 상황에 몰린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며 즐긴다. 대중문화평론가 문강형준 씨는 “서구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인간 사회의 잔혹한 면모를 보여줘 시청자들이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도록 이끈다”며 “이는 관음이 제공하는 역설적 미덕”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리얼리티 쇼의 주류는 연예인 위주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 발전했다. ’버라이어티‘가 추가된 것은 게임을 물론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준다는 뜻. ‘짝’(SBS)과 같은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농어촌(tvN ‘삼시세끼’) 오지(SBS ‘정글의 법칙’) 육아(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군대(MBC ‘진짜사나이’)처럼 배경과 소재는 달라도 연예인이 출연한다.

‘삼시세끼’ 출연진인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이 먹을 것과 낚시 명당을 놓고 정색을 하고 다투는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대중의 인기를 업고 있는 연예인에게 인간 본성을 솔직히 카메라 앞에서 노출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국의 리얼리티 쇼는 서구에 비해 온건하고 리얼리티보다는 연예인의 매력이 강조된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오지의 척박한 현실을 마주한 인간의 무력함이 아닌 개그맨 김병만의 놀라운 적응력이 부각된다. 출연자들이 서로 어떻게 돕고 이해하는지도 강조된다.

또 다른 특징은 서구의 프로그램과 달리 주로 시청자가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장소에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김윤희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박사는 “‘1박2일’ 등 한국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하는 ‘몸의 서사’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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