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대신 협력… 情이 흐르는 ‘한국판 셰어하우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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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씩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대신 서로 도와가며 주어진 과제 해결
고민 털어놓고 위로… 힐링공간으로

요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대세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한집에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셰어하우스’다. SBS의 셰어하우스 프로그램인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위 사진)와 올리브TV의 ‘셰어하우스’. SBS·올리브TV 제공
요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대세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한집에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셰어하우스’다. SBS의 셰어하우스 프로그램인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위 사진)와 올리브TV의 ‘셰어하우스’. SBS·올리브TV 제공
요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뜨는 하위 장르가 셰어하우스다. 셰어하우스란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한집에서 사는 주거 형태다. 케이블 채널인 올리브TV의 ‘셰어하우스’와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도시의 법칙 in 뉴욕’은 모두 연예인 여러 명이 한 집에서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이는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이미 큰 인기를 끌었던 장르인데, 국내로 넘어오면서 구체적인 형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화했다.

○ 경쟁보다는 협력

최초의 셰어하우스 리얼리티 프로는 1999년 네덜란드에서 방영된 ‘빅 브라더’다.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집에 젊은 남녀 출연진이 24시간 함께 살며 출연진을 한 명씩 투표로 제거해나가는 서바이벌 프로다. 약 70개국에 포맷이 수출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의 인기 리얼리티 ‘로프트 하우스’ ‘세입자들’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다.

출연자들의 경쟁이 중심을 이루는 해외의 셰어하우스 리얼리티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협력을 강조한다. ‘도시의 법칙…’에선 출연자들이 뉴욕에서 무일푼으로 생존하기 위해 협력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룸메이트’는 출연자들이 서로 도와가며 일본과 대만으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룸메이트’의 박상혁 PD는 “한국 시청자는 리얼리티를 주문하면서도 진짜 리얼한 모습은 불편해한다. 가족주의가 강한 한국 정서에 출연진 간 경쟁구도는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 갈등보다는 ‘힐링’

미국의 대표적인 셰어하우스 리얼리티 프로는 ‘더 힐즈’(2006∼2010년)와 ‘저지 쇼어’(2009∼2012년)다. 둘 모두 친구 사이인 거주자들이 함께 살며 겪게 되는 다툼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인기를 끌었다. 더 힐즈의 로런 콘래드와 하이디 몬태그는 공개 석상에서 서로에게 비난을 퍼부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고, 저지 쇼어에서는 출연자들 간에 삼각관계가 형성됐다. 일부 출연자들은 “제작진이 일부러 다툼을 부추겼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정반대다. 집은 외부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다. ‘셰어하우스’ 제작진은 “1인 가구가 많아졌지만 함께 밥을 먹는 ‘식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이런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프로에는 디자이너 김재웅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 등 개인사를 털어놓고 위로받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룸메이트’ 제작진은 ‘하우스 셰어’ 대신 한 가정에서 산다는 ‘홈 셰어’라는 신조어를 내세웠다.

○ 일반인보다는 연예인

일반인이 출연하는 해외의 셰어하우스물과 달리 한국의 셰어하우스 프로에는 연예인이 등장한다. ‘도시의 법칙…’엔 배우 김성수 이천희와 가수 존박, ‘룸메이트’엔 가수 신성우와 모델 이소라, ‘셰어하우스’엔 가수 손호영과 이상민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의 시청자들은 일반인의 사생활 노출과 개인에 대한 대중의 비난을 ‘나도 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반면 연예인은 ‘직업 상 하는 일’이라고 좀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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