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마음 달래주는 영화 한 편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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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을 찾는 이에게 영화인들이 추천하는 영화

《 “미쳤다고 생각하고 20초만 용기를 내봐. 상상도 못할 일이 펼쳐질 거야.”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2012년)에 나오는 대사다. 세월호 참사로 모두 우울한 요즘은 심기일전의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이런 경우 영화 한 편이 힘이 되기도 한다.
영화인들이 어려운 시절 용기를 주었던 영화, 위안이 필요한 이들에게 권할 만한 영화를 추천했다. 》      
      

3월 개봉한 이한 감독의 ‘우아한 거짓말’은 왕따 때문에 자살한 학생의 주변 인물들이 겪는 심리변화를 따뜻하게 다뤄 호평을 받았다. 이 감독은 인생의 위기에서 위안이 된 영화로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인생’(1994년)을 꼽았다. ‘인생’은 질곡의 역사 속에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남자를 다룬 작품. 이 감독은 2002년 ‘연애 소설’로 데뷔하기 전 수년간 영화사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 때 이 영화를 봤다. “예기치 않은 불행을 겪으면 자신을 원망하게 된다. 하지만 삶이란 그런 와중에도 꽃이 피고, 빛이 비친다는 걸 영화를 통해 알았다.”

예술영화전용관인 씨네큐브를 운영하는 티캐스트의 박지예 팀장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년)과 ‘시’(2010년)를 추천했다. 박 팀장은 “‘밀양’은 큰 고통을 받아들이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말하는 영화이며, ‘시’는 자신이 개입하지 않은 남의 불행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913만 관객을 모은 ‘관상’을 제작한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는 ‘쉰들러 리스트’(1994년)를 권했다. 나치를 막아낼 수 없는 한 개인이 죄책감을 느끼고 몇 명의 유대인이라도 구하려고 노력한 점이 감동적인 영화다. 주 대표는 “지금 국민이 무력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데, 더이상 (이런 사고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앞으로 노력하자는 생각에서 영화를 골랐다”고 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로마의 휴일’(1955년)을 추천했다.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스토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아픈 현실을 잠시 잊고 싶을 때는 달콤하고 따뜻한 영화가 좋다.”

민병록 영화평론가협회장(동국대 영상영화학과 교수)이 고른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1994년)와 ‘언터처블: 1%의 우정’(2011년)이다. ‘포레스트 검프’는 지능지수가 75에 불과한 검프가 인생의 역경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그렸고, ‘언터처블…’은 백인 부자와 흑인 백수의 우정을 담았다. 민 회장은 “이기심에 가득 찬 혼란 속에서 현대인에게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영화들”이라고 평가했다.

윤제균 감독은 대입 삼수생 시절에 본 ‘죽은 시인의 사회’(1990년)에서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윤 감독은 “세상이 각박하지만 주변에는 믿고 의지할 사람들이 있으며, 올바름이 힘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영화”라고 했다. 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학교 현실을 비꼰 코미디 ‘두사부일체’(2001년)를 만들었다.

한국의 작은 영화들을 사랑해 최근 ‘들꽃영화상’을 제정한 미국인 평론가 달시 파켓 씨도 세월호 사고 소식에 마음 아파했다. 그는 대만 영화 ‘하나 그리고 둘’(2000년)을 추천했다. 병상에 누워 의식이 없는 할머니에게 사위와 딸, 그리고 외손주들이 찾아와 지나온 삶에 대해 고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켓 씨는 “삶의 아픔을 간결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라고 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밀양#로마의 휴일#하나 그리고 둘#죽은 시인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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