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멜로-액션, 입맛따라 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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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은 없지만…” 본보 영화기자들 설 연휴 한국영화 방담

올해 설 연휴를 겨냥해 나온 한국 영화는 모두 4편이다. 이종석의 코미디 영화 ‘피 끓는 청춘’, 심은경이 할머니로 나오는 ‘수상한 그녀’, 황정민과 한혜진의 멜로물 ‘남자가 사랑할 때’, 하지원의 액션영화 ‘조선미녀 삼총사’.

설 영화 상차림을 미리 맛본 동아일보 영화담당 기자 둘은 ‘수작이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도 입맛에 따라 젓가락이 가는 메뉴가 있는 법. 식성에 따라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을지 추천한다.

▽민병선 기자=그래도 ‘피 끓는 청춘’이 제일 좋다. 교련복 세대의 논두렁 로맨스. 특히 지방 관객이 반길 것 같다. 1980년대 초반 분위기와 충청도의 독특한 정서가 잘 어우러졌다. 건설노동자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아버지와 바람난 어머니 등 당시 사회상도 밀도 있게 그렸다.

▽구가인 기자=KBS 아침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라 특별하지 않다. 전반적으로 너무 느리다. 산울림의 노래가 나오며 이종석이 자전거 타고 논두렁을 달리는데 오토바이라도 사 주고 싶다. 액션 장면도 성의가 없다.

▽민=이종석의 연기는 ‘관상’ 때보다 500배는 낫다. 어리바리한 고등학생 카사노바 역할인데, 사실은 아픔이 많은 인물이다. 당시 시대상과 충청도의 정서를 잘 모를 텐데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편집자: 자꾸 ‘충청도 정서’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민 기자는 충청도 출신이다).

▽구=이종석 필모그래피에서 의미 있는 영화는 맞다. 이종석 팬이 좋아할 만한 노출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근데 사투리는 자꾸 최양락 아저씨를 떠올리게 한다.

난 ‘수상한 그녀’가 가장 나았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밝힐 수 없지만) 마지막 장면이 특히 그렇다. 일반 시사회에서 보니 여자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더라. 메인 메뉴는 별로인데 디저트가 맛나다고나 할까.

▽민=‘수상한 그녀’는 전반적으로 매끄러운데 의외성이 없다. 예상했던 만큼만 웃긴다. 심은경은 ‘로맨틱 헤븐’ ‘써니’에 이어 세 번째로 할머니 연기를 한다. 연기 재능을 낭비한다는 느낌이 든다.

▽구=그래도 최근 나온 영화 중엔 노인 배우의 활약이 가장 돋보이지 않았나. 명절날 부모님 모시고 보기에 적당하다.

‘남자가 사랑할 때’에선 멜로 영화의 단골 메뉴인 불치병이 또 나온다(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 지질한 남자의 맹목적인 사랑은 이제 피곤하다. 한혜진은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도 나오는데 이미지가 반복된다. 순수하고 다소 멍한 이미지.

▽민=맹목적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진 20대 여성 관객에겐 어필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설 영화 중 유일한 멜로다. 멜로 영화로서 평균 이상이다. 하지만 중간부터 지루해진다. ‘건축학 개론’처럼 여운이 오래 남지 않는다. 신인 감독의 연출력이 부족한 듯. 하지만 배경이 된 전북 군산의 아련하고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좋았다. 서울 시계는 ‘재깍재깍째깍’ 하고 달리는데, 군산의 시계는 ‘재액각, 재액각’ 하고 가는 것 같다.

▽구=‘조선 미녀 삼총사’는 코믹 액션 사극이라는데 웃음이 안 나오더라. 1980년대 ‘쇼비디오자키’ 수준이다. 액션도 모자란다. 하지원 강예원 가인, 세 여배우가 남자 악당들을 때리는데 하나도 안 아플 것 같다. 코믹 영화로서의 기발함도 부족하다. 2000년에 나온 할리우드 영화 ‘미녀삼총사’가 진짜 훌륭한 영화라는 걸 깨달았다.

▽민=원래부터 뇌는 집에 두고 눈만 극장에 가져가도록 만든 영화다. 생각 없이 즐기자고 작정했다. 편안하게 웃기는 작품을 선호하는 관객에게는 인기가 있을 것 같다. 하지원이 연을 타고 나는 첫 장면,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고려시대 무역항 벽란도의 풍경 등 볼거리는 괜찮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해 거슬린다.

▽구=세 여배우의 한복이 너무 싸 보인다. 설 특집 2부작 TV 시트콤으로 만들었어도 시청률 안 나왔을 것 같다.

▽민=2011년 설에 나왔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콘셉트가 비슷하다. 하지만 그 영화보다 코믹한 요소와 신선한 발상이 부족하다. ‘조선명탐정’은 김명민과 오달수 콤비가 재밌었다.

▽구=그나마 송새벽이 나오는 부분은 웃기다. 하지만 송새벽으로 해결될 영화는 아니다. 차라리 ‘기황후’를 무한 반복해서 보겠다.

민병선 bluedot@donga.com·구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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