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슬옹 “‘가수가 아니라 배우다’ 촬영 내내 최면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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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7시 00분


“아이돌 가수라는 선입견을 깨고 연기하고 싶었다”는 임슬옹. 상업영화 데뷔작 ‘26년’에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경찰 권정혁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아이돌 가수라는 선입견을 깨고 연기하고 싶었다”는 임슬옹. 상업영화 데뷔작 ‘26년’에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경찰 권정혁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아이돌 가수서 어엿한 연기자로…영화 ‘26년’의 권정혁 역, 임슬옹

첫 상업영화…연기가 내 삶에 들어와
가수처럼 보이지 말자고 다짐 또 다짐

촬영장 유일한 20대…귀여움 독차지
이경영 삼촌 덕에 자유롭게 연기했죠

영화 ‘26년’ 촬영현장에서 임슬옹은 두 가지 생각을 잊지 않았다.

“내 직관을 믿자. 절대 가수처럼 보이지 말자.”

임슬옹(25)에게 ‘26년’(감독 조근현)은 ‘선입견을 극복하자’는 마음으로 출발한 작품이자 ‘나의 영화’가 주는 벅찬 감동을 알게 해준 첫 번째 영화다.

“아이돌 가수라는 색안경이 분명히 있을 텐데. ‘가수가 연기한다’고 말하는 분위기일 텐데. 그걸 감안하고 촬영장에 가야 했다.”

그룹 2AM으로 데뷔한 임슬옹은 2010년 드라마 ‘개인의 취향’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저예산 영화 ‘어쿠스틱’을 거친 그에게 ‘26년’은 상업영화 데뷔작. 임슬옹은 “‘개인의 취향’ 이후 연기를 하지 않았던 1년 반 동안 연기가 내 삶에 들어온 기분”이라고 했다.

“일상의 생각과 느낌, 행동이 새롭게 다가올 때마다 ‘나중에 연기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영화 공부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쌓은 걸 연기로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을 때 만난 작품이 ‘26년’이다.”

임슬옹은 영화 시나리오 위에 ‘내 직관을 믿자’는 글귀를 써 두고 매일 촬영에 임했다. “주관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현장에서 “가수로 보이면 안 된다”고도 다짐했다.

“남들의 선입견을 의식하게 될까봐서다. 다행히 현장에 20대 연기자가 나뿐이라 귀여움을 받았지만. 일단 촬영장에 가자마자 선배들은 내 볼부터 쓰다듬기 시작했다. 하하!”

‘26년’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이 26년이 흐르고 다시 만나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그 사람’을 없애려는 작전을 그렸다. 임슬옹은 사건 당시 누나를 잃은 상처를 지닌 경찰 권정혁을 연기했다. 4년 전 촬영을 며칠 앞두고 돌연 제작이 연기됐던 영화는 일반 관객이 제작비를 보태는 제작두레를 통해 완성됐고 관심 속에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평소 음원사이트에서 2AM의 노래 순위를 찾아보던” 임슬옹은 “요즘은 하루하루 관객수를 체크하고 있다”며 웃었다. 주위 친구들의 반응도 흥미롭게 챙겨 듣고 있다.

“자세히 몰랐던 사실, 그 시대 상황을 새로 알았다는 반응이 많다. 이런 얘기를 꺼낸 영화에 참여한 게 멋있다는 얘기도 해주고. ‘26년’을 하며 연기는 현실적인 공감을 일으킬 때 진짜 멋지다는 걸 알았다.”

임슬옹에게 ‘26년’은 그만큼 각별하다. “지금까지 상업적으로 잘 되고 싶은 마음에 달려왔다”는 그는 “이제 상업적 성공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법을, 그래야 더 잘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았다”고 했다.

이처럼 확실한 주관이 생긴 데는 함께 출연한 배우 이경영의 영향이 크다. 이경영을 ‘삼촌’이라고 부르는 임슬옹은 “20대인 나와도 단절 없이 어떤 대화든 가능하다”며 “그만큼 깨어 있다는 증거이고 내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 준 분”이라고 했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아무리 현실적인 연기가 중요하다지만 영화에서는 약간의 연기 기술도 필요한 것 같다. 대사 전달력이 부족한 장면도 눈에 띄더라. 단점이 보이고 그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도 조금 알았다.”

인터뷰 당일 아침 아시아 5개국 투어를 마치고 귀국한 임슬옹은 이튿날 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2AM 음반 프로모션 일정 때문이다. 해외 일정이 잦은 임슬옹이 반드시 챙기는 건 책 두 권. 요즘은 미술 관련 서적에 ‘꽂혀’ 있다.

“다양한 그림을 여러 방식으로 분석해 놓은 게 정말 재미있다. 사실 나는 얇고 넓은 지식을 가진 편이라(웃음). 걱정이다. 깊은 지식을 갖고 싶은데…. 그래서 책은 꼭 두 번씩 읽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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