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000,000명시대,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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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7시 00분


100년에 가까운 역사에서 처음으로 한 해 1억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한국영화.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도둑들’(위부터)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흥행세를 이끌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쇼박스
100년에 가까운 역사에서 처음으로 한 해 1억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한국영화.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도둑들’(위부터)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흥행세를 이끌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쇼박스
■ 사상 첫 1억명 돌파…그 명암

‘광해’ ‘도둑들’ 1000만 2편 첫 기록
‘건축학’ 등 400만 영화도 무려 9편
‘피에타’ 세계무대서 당당하게 우뚝

빅배급사 시장 독식…점유율 91%나
대기업들 기획-제작-배급 원스톱화
작은영화 교차상영 등 다양성 상실

한국영화가 사상 처음 1억 관객 시대를 맞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일 올해 한국영화 관객수가 1억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일 기준 올해 한국영화 점유율은 59%로, 지난해보다 7.1% 포인트가 높아졌다. 유난히 흥행 영화가 많았던 올해는 극장 관객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국영화를 봤을 만큼 폭발력이 거셌다.

하지만 장밋빛 결과만 있는 건 아니다. 1억 명 돌파 이면에는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는 한국 영화시장에 대한 우려 속에 다양성의 상실 등 고질병도 여전히 나아지고 있지 않다.

● 400만 돌파 영화 9편 탄생…올해 초부터 흥행 릴레이

올해 극장가에서는 ‘한국영화는 된다’는 말이 자주 나왔다. 참신한 기획, 탄탄한 이야기로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 쏟아지면서 영화계도 호황을 누렸다. 1000만 관객 돌파 영화가 두 편이나 나오기도 올해가 처음. 8월에는 ‘도둑들’, 10월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도 무려 9편에 이른다. 1월 ‘댄싱퀸’을 시작으로 ‘건축학개론’,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액션과 코믹 사극 등 다양한 장르가 관객의 지지를 얻었다.

대외적인 성과도 거뒀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아 한국영화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1억 명이 극장에 몰린 만큼 관객층도 확대됐다. ‘부러진 화살’(340만 명)과 ‘범죄와의 전쟁’(490만 명)은 40∼50대 남성 관객의 지지를 받았고 ‘연가시’(450만 명)는 10대 관객을 빠르게 흡수했다. 그동안 영화 흥행을 주도한 건 20∼30대 관객이었다.

다양한 소재 영화의 꾸준한 탄생도 1억 관객 돌파의 원동력. 늑대인간이 주인공인 ‘늑대소년’(520만 명), 첫사랑의 향수를 자극한 ‘건축학개론’(410만 명), 변종 기생충을 내세운 ‘연가시’등 그동안 볼 수 없던 새로운 소재로 호기심을 끌었다.


● 대기업 배급사의 영화 시장 잠식 우려

대기업 배급사와 계열 극장들의 특정 영화 ‘스크린 몰아주기’는 올해 유난히 극에 달했다. CJ엔터테인먼트가 기획에서부터 투자·제작·배급까지 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CJ계열인 CGV의 지원 속에 1000여 개관을 싹쓸이했다. 상대적으로 상영관을 잡지 못해 피해를 본 영화가 속출했다. ‘피에타’도 마찬가지. 김기덕 감독은 대기업 배급사를 두고 “도둑들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비난까지 쏟아냈다.

실제로 10월 기준 CJ와 쇼박스·롯데엔테인먼트 등 3대 배급사의 한국영화 점유율은 무려 90.7%. 이중 CJ의 점유율은 72.4%로, 쇼박스(11.7%)와 롯데(6.4%)와도 격차가 상당하다.

이처럼 대기업 배급사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수직계열화 문제와 함께 영화를 직접 기획해 제작·배급하려는 움직임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CJ의 경우 ‘광해’를 시작으로 ‘용의자 X’, ‘집으로 가는 길’까지 기획과 제작·배급을 맡는다. 한 중견 영화인은 “대기업의 파워가 더 커지면 그동안 아이디어를 발굴해 제작해 온 영화 제작사들은 배급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광해’가 결코 모범답안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작은 영화’에 대한 고질적인 교차상영, 상영관 미확보 등 다양성의 상실도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유준상, 김지영 주연의 ‘터치’는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연출자 민병훈 감독은 “불평등하게 상영하려고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세상에 없다”며 개봉 8일 만에 상영을 중단하고 대기업 영화관을 불공정 행위 신고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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