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이미지서 조금만 벗어나도 愛가 憎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5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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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셀카 파동으로 본 ‘국민 여동생’ 타이틀의 저주

삼촌들은 ‘여동생의 배신’이라고 했다.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어떡해. 아이쿠” 하던 귀여운 여동생이 어찌 ‘외간 남자’와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고.

파장은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던 가수 아이유(19)의 트위터에 최근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은혁(26)과 함께 찍은 잠옷 차림의 ‘셀카’ 사진이 1시간가량 올라온 데서 비롯됐다. 이 야릇한 사진을 두고 누리꾼들은 저마다의 해석을 내렸다. 급기야 ‘아진요(아이유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아믿사(아이유를 믿는 사람들)’ 카페가 개설됐다. 소속사의 해명도 소용없었다. 이른바 ‘국민 여동생의 저주’일까.

○ 국민여동생…저주받은 굴레?

섹시 스타는 많지만 ‘국민 여동생’으로 꼽히는 스타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장나라(31) 문근영(25) 김연아(22) 아이유 수지(18) 정도를 들 만하다. 소속사 혹은 팬들에 의해 국민여동생 타이틀을 얻게 되면 남녀 모든 연령대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기에 보통 ‘안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모름지기 국민여동생이 가져야 할 ‘발랄’ ‘순수’ ‘아무것도 몰라요’ 식의 덕목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질타를 받기 마련이다. 올해 4월 김연아가 맥주 광고에 나오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우유만 마시던 연아가 어떻게 맥주 광고를 할 수 있느냐’는 것. 문근영은 2006년 영화 ‘사랑 따윈 필요없어’에서 성인 연기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팬들의 심리를 ‘대립정서 이론’으로 설명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립되는 감정인 사랑과 증오는 공존한다. 사랑이 클 때는 증오가 보이지 않다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증오가 솟구친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국민여동생이란 타이틀은 여자 연예인에게 축복이자 ‘천형(天刑)’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팬들은 그들이 계속 ‘어린 소녀’로 존재하길 원하지만 ‘폭풍 성장’하는 시기에 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국민여동생 ‘병’에 걸린 삼촌들


국민여동생 ‘병’의 배후에는 우리 사회의 아저씨들, 이른바 ‘삼촌’들이 있다. 연예기획사들은 순수함과 젊음에 대한 삼촌들의 욕구를 적극 활용하기 마련. 아이유도 지난해 발매한 2집 ‘Last Fantasy’에서 ‘삼촌’이란 곡을 선보였다. ‘삼촌 이제 오세요? 오늘도 술 좀 마신 건가요…난 믿어요, 우리 삼촌을.’ 아이유는 이 노래에 대해 ‘삼촌 팬들에게 헌정하는 노래’라고 밝혔다.

배국남 문화평론가는 “대중문화 코드 속에서 ‘아저씨’와 ‘삼촌’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며 “국민여동생의 기준에서 볼 때 아저씨는 ‘늑대’ 또는 불순한 의도를 배제할 수 없는 반면에 삼촌 팬들은 이보다 순수한 이미지”라고 말했다.

삼촌들의 집착이 미성숙한 소녀에게 집착하는 ‘롤리타 콤플렉스’의 반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은연중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젊은 여자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다는 해석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 자동검색어 리스트에도 ‘아이유 노출 모음’ ‘김연아 노출 사고’ ‘수지 노출’ 등은 항상 상위를 장식하며 검색자 중 상당수가 30대 이상 남성으로 분석된다. 정석희 대중문화칼럼니스트는 “국민여동생들을 둘러싼 논란에는 옆집에 사는 귀여운 여동생으로 마냥 순수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팬들의 정서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차기 국민여동생으로 떠오른 수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저주는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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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국민 여동생#문근영#아이유#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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