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 “나는 충무로의 미운 오리 새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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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30일 07시 00분


그동안 굵직한 남자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곽경택 감독. 이번 영화 ‘미운 오리 새끼’ 역시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밝고 가벼운 코믹한 감성이 묻어난다며 새 영화를 소개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그동안 굵직한 남자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곽경택 감독. 이번 영화 ‘미운 오리 새끼’ 역시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밝고 가벼운 코믹한 감성이 묻어난다며 새 영화를 소개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영화 ‘미운 오리 새끼’의 곽경택 감독

10억도 안 되는 제작비 빌리러 동분서주
미국 유학 시절처럼 게릴라식 영화 촬영

한때 나도 ‘친구’ 터지고 삶이 우아했지
청춘들 스스로 백조라 여기며 살았으면

차기작 ‘아이리스2’? 멍석 깔아줘야지

장동건, 유오성, 정우성, 한석규, 차승원, 주진모….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이다. 여전히 그 이름값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이들과 곽 감독은 오랜 시간 함께 해 왔다.

그런 그가 이번엔 다른 길을 택했다. 아니, 아직 세상에 낯선 신예들과 힘을 모았다. 30일 개봉하는 그의 신작 ‘미운 오리 새끼’에서 낯익은 배우라곤 오달수 한 사람 뿐이다. 모두 곽경택이란 이름 하나만으로 뭉쳐 몇 달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김준구, 조지환, 정예진 등 곽 감독이 지난해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SBS ‘기적의 오디션’ 출신들이다.

곽 감독은 ‘친구’ ‘챔피언’ ‘똥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태풍’ ‘사랑’ 등 대체로 선굵은 남자 이야기를 펼쳐 오기도 했다. 물론 ‘미운 오리 새끼’도 남자들의 이야기다.

1987년, 아직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지금은 없어진 6개월 방위를 주인공으로 군대 이야기를 펼쳐냈다. 대신 그 화법이 달라졌다. 밝고도 진한 코믹 감성을 밑바탕에 진하게 깔았다. 지금 젊은 세대들도 킥킥거릴 수 있을 만큼 웃음의 공감을 얹었다. 물론 그 맨 밑바닥에는 1980년대라는 시대적 정서로서 튼튼한 이야기의 받침대를 넣어뒀다. 이런 층층의 이야기를 곽 감독은 전적으로 자신의 경험에서 가져왔다.

과연 곽경택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지금, 그것도 1980년대 후반 군대 이야기라니.

“무모해 보이나? 의미 있지 않은가. 지인들과 찍었는데 비판받으면 큰일이다. 다행히 20대, 특히 여성들도 밝은 표정으로 극장을 나오더라. 적어도 헛짓한 건 아니다.”

- 왜 지금인가.

“지금 아니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이야기를 못 하면 평생 아쉬워할 것 같다. 미국 유학 시절 마치 게릴라처럼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충무로로 날아왔지만 정말 난 그때 ‘미운 오리 새끼’ 같았다. 그런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마침 18개월 방위로 복무한 내 군대 몇 달 고참이자 지금은 대중문화평론가인 강헌의 격려도 있었다.”

- 뭘 말하고 싶었나.

“세상에 뭘 던져야지? 그런 거 없다. 지금 아니면 로케이션도 안 될 것 같고, 스태프도 인건비 투자라는 데 동의할 것 같지 않았다.”

- 당신의 경험이 상당부분 녹아들었다는데.

“방위 시절, 이발병에 사진병, 창고지기 등등 오만가지 다 해봤다. 물론 영창 보초도 서봤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 영화로 봐 달라.”

- 배우들이 신선하다.

“사람에게 일과 관련한 동기를 주는 건 비전 아니면 돈이다. 지금 당장 돈이 많지 않으니 비전을 줘야 하는데…. 이 배우들이 현장을 경험한다는 건 소중한 계기가 된다. 내가 만만한 감독이 아닌데 얼마나 부담스러웠겠나. 하지만 서로 대화하고 노래하며 다가갔다. 삼촌과 조카, 형과 동생처럼 말이다.”

- 10억원이 채 되지 않는 제작비로 완성했다.

“여기저기 빌리고 투자받고 했다.”

- 그러는 동안 정말 ‘미운 오리 새끼’였나? 제목의 의미는 뭘까.

“스스로 백조인 줄 모르는 미운 오리 새끼들이 너무 많다. 겉으론 다들 멀쩡해 보이고 번지르르한 것 같지만 모두 속앓이하며 산다. 결국 인생은 견디며 나아가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한때는 우아했다. ‘친구’ 터지고 미국행 비행기 비즈니스석 타고 LA가서 ‘챔피언’ 찍을 때 말이다. 결국 자신도 우아한 백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기 바란다. 많은 청춘들이.”

- 차기작은.

“드라마 ‘아이리스2’가 될 수도 있고, 제법 규모가 큰 영화도 있다. 하지만 해야 하나보다 하는 것이지. 아이템은 항상 준비되어 있다. 상황에 맞게 찍고 놀 수 있는 판의 멍석 말이다. 이런저런 어려움과 설움도 겪어봤다. 그러니 내성이 길러지더라. 세상에 죽고 사는 일 아니면 다 해결된다고 믿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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