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 넘었다…‘언터처블’ 1%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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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3일 07시 00분


17년 만에 프랑스 영화 ‘레옹’의 흥행기록을 넘어선 ‘언터처블:1%의 우정’의 한 장면. 사진제공|블루미지
17년 만에 프랑스 영화 ‘레옹’의 흥행기록을 넘어선 ‘언터처블:1%의 우정’의 한 장면. 사진제공|블루미지
■ 佛 영화 흥행 지핀 ‘언터처블’의 매력

불같은 사랑 아닌 순애보 사랑 신선
자본주의 사회 계급 문화 풍자 유쾌
장애인 동정 아닌 평등의 시선 따뜻


예상 밖이다.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이하 ‘언터처블’)이 17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흥행 기록을 바꿨다. 11일까지 140만4803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동원, 한국에서 개봉한 프랑스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종전 기록은 1995년 개봉한 ‘레옹’의 130만 명(배급사 집계)이다.

개봉 4주째에 접어든 ‘언터처블’은 여전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담담한 이야기라 지루할 거란 예상도 깨졌다. ‘언터처블’은 어떻게 한국 영화 팬들을 사로잡았을까.

● “내 장애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게 아니라 앨리스 없이 사는 거야”

영화의 표면적인 주제는 백만장자 전신장애인 필립(프랑수아 클루제)과 세네갈 출신 빈민가 청년 드리스(오마 사이)의 우정이다. 하지만 막상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남자들의 우정 보다 필립의 순애보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필립은 로맨티스트다. 펜팔로 여자친구를 사귀며 사랑을 고백하지만, 정작 만나기로 한 날 장애를 들킬까봐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남자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관능적이고 거침없는 사랑을 자주 접한 관객들에게 필립의 플라토닉 러브는 신선할 수 밖에 없다.

● “도화지에 코피 쏟아 놓고 3만유로나 받아?”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로 구분되는 계급과 그들이 누리는 문화에 대한 위트있는 풍자도 재미있다. 클래식을 즐기는 필립과 늘 미국 팝을 흥얼거리는 드리스는 문화에 계급이 존재한다면 최상위와 최하위의 대척점에 있다. 캔버스에 빨간색 물감이 어지럽게 뿌려진 그림을 3만 유로에 산 필립을 이해할 수 없다며 던진 드리스의 대사도 압권이다. ‘언터처블’은 그런 문화의 대립을 그저 보여주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이것이 한데 어울릴 수 있다는 ‘희망’도 보여준다. 필립의 생일파티에서 드리스가 클래식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이른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란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구분인지 잘 보여준다.

● “당신을 말처럼 뒷좌석에 싣기 싫어요”

‘언터처블’이 관객의 사랑을 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두 주인공의 눈높이가 나란히 서 있어서다. 그동안 장애인이 등장한 영화는 숀 펜 주연의 ‘아이 엠 샘’처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육체적 능력의 상·하 관계에 주목하거나 조승우의 ‘말아톤’ 같이 장애의 극복기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언터처블’의 시선은 평등하다. ‘그게 뭐가 문제냐’는 투다. 필립과 드리스는 각각 보살핌을 받고, 돌보는 입장. 하지만 ‘언터처블’은 한 번도 장애인을 동정의 시선으로 다루지 않는다. 관객들이 ‘언처터블’을 보고 “따뜻하다”는 평가를 가장 많이 내놓은 이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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