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감동’이 오디션을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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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9일 1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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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3’ 진검승부와 뭉클한 사연
방송 규모와 음악 수준 향상 또 다른 기적 만들기

시즌3을 맞이한 ‘슈퍼스타K’는 실력 있는 도전자가 몰려 기대감을 높인다.
시즌3을 맞이한 ‘슈퍼스타K’는 실력 있는 도전자가 몰려 기대감을 높인다.
2009년 처음 불기 시작한 케이블방송엠넷(Mnet)의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 열풍이 해가 거듭할수록 거세진다.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한 슈스케는 오랫동안 침체했던 음악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대중문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슈스케2 최종 대결이 열렸던 2010년 10월 한국은 허각 팬 대 존박 팬으로 나뉘었다. 케이블방송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직장인도 둘, 셋만 모이면 슈스케 최종 우승자를 점치느라 바빴다. 이날 시청률은 케이블방송에서는 경이적인 21%를 기록했다.

또다시 14주의 기적이 불을 뿜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방송 규모가 훨씬 커졌다. 제작비 100억 원 이상, 촬영테이프 2만 개, 오디션 참가자 수 197만 명, 최종 우승상금 5억 원이다.

슈스케를 통해 웬만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용범 PD와 하민숙 메인작가는 슈스케3이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의 ‘진검승부의 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PD의 설명.

실력 있는 사람 대거 참가

“이번 시즌 예선을 진행하면서 지난해보다 실력 있는 분들이 더 많이 참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다른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고 1년 동안 슈스케만 기다려온 분도 많았는데, 예선 인터뷰에서 ‘왜 다른 오디션에 나가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더니 한 참가자가 ‘박 터지는 곳에서 박 터지게 승부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잘하는 사람이 모인 곳에서 인정받아야 그게 진짜 실력이라는 얘기였어요. 슈스케는 실력 있는 사람들이 참가하는 오디션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 같아요.”

오디션 참가자 수도 지난해에 비해 50만 명 넘게 늘었다.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음악 수준도 높아졌다. 하 작가는 “오디션 예선편을 3회에 걸쳐 방송했는데 잘라내기에 아까운 사람이 하도 많아서 편집이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참가자 면면이 더욱 화려해진 만큼 제작진도 지난 시즌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했다. 슈스케1, 2 때는 무반주로 예선을 치른 것과 달리 이번에는 피아노 반주자를 배치했다. 솔로뿐 아니라 힙합, 댄스, 아카펠라 등 다양한 그룹도 등장했다. 솔로 중에서는 기타를 들고 나온 참가자가 많았는데, 지난해 오디션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기타를 쳐 화제를 모았던 장재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7월 2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 2차 예선.
7월 2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 2차 예선.
슈스케가 큰 성공을 거둔 이유는 노래에 감동을 입혀서다. 이번 참가자 중에도 가슴 뭉클한 사연을 지닌 이가 많다. 특히 1회에 출연한 손예림(10) 양은 여덟 살 때 아버지를 잃은 사연으로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날 손양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빼어난 실력으로 소화했고, 심사위원 이승철은 “아이의 노래에 블루스가 있다” “조용필 형이 들었으면 좋아했을 것 같다”고 극찬했다. 지난해 슈스케2에서는 우승자인 허각이 ‘중졸 출신 환풍기 수리공의 인생 역전’이라는 드라마로 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인 바 있다.

서인영의 ‘신데렐라’를 통기타 반주로 편곡해 장재인과 함께 부른 김지수는 방송을 통해 이혼 후 수십 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살던 부모를 만나게 했다. 본선을 시작하고 얼마 후 김지수의 아버지가 아들 무대를 보고 싶어 한다는 소식이 제작진에게 전달된 것. 그동안 어머니만 오디션장을 찾았는데, 오래전 헤어진 아내와 다시 만나는 게 불편해 일부러 아버지가 피했다는 생각에 제작진은 조심스레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출연 의사를 밝혔다.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 무대를 보기 위해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만은 서로에 대한 어떤 원망과 미움도 없이 같은 마음으로 아들을 응원했다. 하 작가는 “음악이 세대 간 다리를 놓았듯, 참가자들의 도전은 가족 간 다리도 놓았다”며 웃었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슈스케가 이끈 오디션 열풍으로 다양한 형태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9월 2일 첫 전파를 탄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2’는 시간대가 다르지만 슈스케3과 같은 날 방송돼 앞으로 두 프로그램 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 PD는 이젠 시청률이 프로그램 인기를 가늠하는 객관적 척도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케이블방송이 지상파에 비해 마음대로 시청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미디어로 방송을 보기 때문이다. 김 PD는 “슈스케3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지난 시즌의 슈스케와 경쟁하는 게 맞는 듯하다”고 말했다.

더 새롭고 감동적 방송 만들 터

“앞으로 슈스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하 작가는 “끝까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평론가가 쓴 글을 봤는데 ‘슈스케는 시즌 10까지 가야 한다’고 적혀 있었어요. ‘오디션 열풍에 불을 지핀 원조라는 생각으로 책임감을 갖고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더는 예전 같은 인기가 아니라고 그만둔다면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라는 내용이었죠. 제 생각도, 저희 제작진 생각도 그것과 일치해요. 더 새롭고 더 감동적인 방송을 만들고자 노력해야죠.”

김유림 여성동아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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