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시 존스 “한국음악, 세계시장서 경쟁력 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4월 8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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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거장’ 퀸시 존스(78)가 “한국 가수들은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며 한국의 음악수준을 높게 평가했다.

4일 한국을 처음 방문한 퀸시 존스는 8일 오후 4시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문화와 한국의 음악인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퀸시 존스는 8일까지 다양한 문화를 체험했다. 대금독주, 사물놀이, 판소리 등을 관람했고 서울 서교동, 상수도 일대의 홍익대 인근 클럽 등지를 돌아봤다. 김형석 임진모 정지찬 박칼린 등 음악인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퀸시 존스는 마이클 잭슨의 명반 ‘스릴러’를 프로듀스했고, 1982년 발표된 ‘위 아 더 월드’를 프로듀스했다. 그래미 어워드 27회 수상, 79회 노미네이트 되는 등 전설의 프로듀서로 꼽힌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방문 소감은.

“50년간 한국에 오려고 했었는데 이제야 왔다. 한국에서 여러 음악가들 보니 대단하다. 한국의 혼이 시카고의 혼과 많이 닮아있다고 느꼈다. 한국은 창의성과 음악적 혼이 충분한 곳이다. 지난 며칠간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이다.”

- 한국의 다양한 문화공연을 본 소감은.

“래퍼도 만나고 판소리도 들었다. 분명 말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너무나 훌륭하다는 것이다. 사물놀이, 판소리 등을 보고 기립박수를 쳤다. 타이거JK, 보아, YG 등과 만났는데, 한국 방문 이전에 중국과 일본을 방문했는데 한국 아티스트가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 보아 세븐 원더걸스 등 한국 아티스트들이 미국에 진출했는데, 한국가수들의 성공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아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한국 아티스트와 케이팝은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음악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있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깊다. 이 부분에서 아주 큰 감명을 받았다.”

- 장르에 구분 없이 수십 년간 음악작업 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내가 살아 있는 그 자체, 내 삶 그 자체 때문이다. 나는 나의 친구, 나의 가족으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예전 나의 스승은 ‘인간 퀸시 존스를 능가할 수 있는 음악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나는 내 삶에 관한 것들을 음악에 담는다.”

- 훌륭한 프로듀서의 조건은 무엇인가.

“음악 프로듀서는 영화감독과 비슷하다. 음반에 참여하는 아티스트와 엔지니어 등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엔지니어는 촬영감독인 셈이다. 그리고 음악 프로듀서는 아티스트와 얼마나 신뢰하는 관계이냐, 또 아티스트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신뢰하고 나아갈 때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 이 앨범이 얼마나 잘 팔릴까, 이런 생각 하지 않아야 한다. 또 하나, 음악 프로듀서는 아티스트에 대한 심리 상담사 같은 역할도 해야 한다. 훌륭한 프로듀서는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능력과 필(fee)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처음 재즈로 음악을 시작했는데 팝으로 전환한 계기가 있다면.

“1940년대 음악가로 시작할 때부터 나는 장르를 불문해서 연주하고 음악을 배웠다. 딱히 계기가 있기 아니고, 빅밴드 연주하다 비밥에 빠져들었고 모든 장르에 빠져들게 됐다. 그래서 레이 찰스와 마찬가지로 장르를 넘나드는 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됐다.”

- 현재 미국 팝시장의 트렌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트렌드는 늘 바뀌게 마련이다. 불변의 진리는, 음악이 어디서 오는지, 음악의 혼이 무엇인지 알면 트렌드를 쉽게 알 수 있다. 사회적 변화, 국가와 국민들의 심리의 변화에 따라 트렌드도 바뀌게 마련이다. 한국은 시카고의 음악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이 있다. 음악에 있어 한을 기쁨, 슬픔 등으로 승화시키는 과정, 이것이 음악의 본질이다.”

- 한국 가수들이 미국에 진출하고 싶어 한다.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아티스트가 어디서 왔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매체를 통해 노래를 알리고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비틀스가 1962년 미국에서 성공하기 전에 이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당시는 지금의 매체와 많이 다르지만, 비틀스는 매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성공을 거두었다.”

- 누군가가 한국 문화에 대해 물어본다면 어떻게 말해주겠는가.

“‘great’(대단하다)라는 말 이상의 칭찬이 없을 것 같다. 원래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 가서도 ‘대단하다’는 말 안한다. 이번 방문에서 국악, 밴드, 래퍼들의 공연을 봤는데 진심으로 감동 받았다.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퓨전 음악도 새로웠다. 한국의 음반제작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에서도 전문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음악에 혼이 느껴져서 감명 받았다. 그런 혼이 전해지기 때문에 한국 음악의 미래가 더 밝다.”

- 어릴 적 꿈을 다 이루었나? 또 새로 꾸는 꿈이 있나.

“제가 이루고 싶은 꿈들을 많이 이뤘고, 동시에 이루고 싶은 꿈이 많이 남았다. 나는 죽을 때까지 일할 생각이다. 라스베이거스에게 프랭크 시내트라와 연주하고 나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매일을 마지막 날처럼 살아라. 그렇다면 진정한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은퇴란 단어는 내 사전에 없다.”

- 한국과 콜라보레이션 할 기회가 있을까.

“분명히 한국과 협력 가능성이 있다. 지금으로선 이런 부분에서 논의가 진행중이다. 이렇게 협력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이번 방한에서 너무나 한국의 아티스트와 뮤지션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 당신의 가장 전성기는 언제라 생각하는가.

“내일(tomorrow)이다.”

김원겸 기자 (트위터 @ziodadi)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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