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보이는 라디오’ 어디까지 왔니?] 컬투 “놀고 있다고? 맞아!”…사람냄새 물씬 나는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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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7시 00분


치열한 경쟁 끝에 공개방송에 참여한 열성팬들과 함께 생방송중인 SBS 파워FM ‘2시 탈출 컬투 쇼’.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방송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청취자와 교감한다는 점이다.
치열한 경쟁 끝에 공개방송에 참여한 열성팬들과 함께 생방송중인 SBS 파워FM ‘2시 탈출 컬투 쇼’.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방송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청취자와 교감한다는 점이다.
■ 청취자들과의 만남, ‘보이는 라디오’의 원조!…‘컬투쇼’ 촬영 현장을 가다

방청객 싸온 송편 나눠 먹으며 오랜 친구 만나듯 방송
거침없는 입담 그대로…18.7% 역대
최고 청취율 찍어
40명 초대 수십대 일 경쟁…애청자의 ‘성지순례’ 코스


라디오를 듣기만 하던 시절은 끝났다!

2006년, 인터넷을 이용해 라디오 방송 스튜디오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보이는 라디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제 라디오는 보는 즐거움까지 제공하는 매체가 됐다. 현재 KBS MBC SBS, 3사는 인터넷 동영상 뷰어인 콩(KBS), 미니(MBC), 고릴라(SBS)를 통해 보이는 라디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06년 첫 방송을 시작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이하 컬투쇼)는 최초로 라디오 스튜디오에 청취자들을 직접 초대하는 공개방송 형식을 시도했다. 올해 2분기 한국리서치의 청취율조사에서 ‘컬투쇼’는 라디오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높은 청취율인 18.7%를 기록했다. 4년 넘게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라디오 열성 청취자들 사이에서 ‘컬투쇼’ 방청이 일종의 성지 순례로 여겨질 정도. 과연 얼마나 재미가 있기에 이런 말까지 나오는 것일까 궁금했다. 매 회 수십 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방청할 수 있다는 ‘컬투쇼’의 생방송 현장을 스포츠동아가 찾았다.

● 방송 전 대본 검토? NO!…준비 없이 해야 더 잘돼

‘컬투쇼’ 방청을 위해 SBS 목동 사옥을 찾은 날, 1층 로비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했다. ‘아이돌 그룹의 녹화가 있나’ 생각면서 이들을 지나 지하 1층에 있는 ‘컬투쇼’ 전용의 ‘락(樂) 스튜디오’를 찾았다.

생방송을 앞두고 진행자 정찬우, 김태균이 식사를 마치고 한가롭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생방송 10분 전. 대본을 검토하고 이를 머리 속에 담느라 긴장감이 흐를 줄 알았는데 생각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여전히 수다를 떨고 있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저기 대본은…안보셔도 되나요?” 그러자 정찬우, 김태균은 동시에 “우리는 1분 전에 마이크 앞에 앉아요. 대본을 먼저 보면 오히려 그날 방송이 잘 안된다”며 준비를 하지 않는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다.

곧이어 40여 명의 방청객이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조금 전 1층 로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컬투쇼’를 찾은 성지 순례자(?)들이다. 오후 1시 59분. 진짜 방송 1분 전이 되니까 그제야 정찬우와 김태균이 스튜디오로 들어가 방청객들과 인사를 나눈다. 이때 환호성은 한류스타 배용준도, 아이돌 그룹 2PM도 부럽지 않은 인기다. 연출자 이재익 PD의 큐 사인이 올라가고, 방송 시작을 알리는 ‘On Air’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언제나 그랬듯, 2시간 동안 펼쳐지는 토크 쇼의 막을 열었다.

● 미친 소 복장에 광주서 온 청취자까지

정찬우와 김태균의 오프닝 멘트가 끝난 후, 두 사람의 시선이 한 방청객에게 집중됐다. 노란 상하의에 큰 해바라기 꽃을 머리에 단 30대 남성.

정찬우가 과거 한 개그프로그램에 입고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이른바 ‘미친소’ 복장이다. ‘컬투쇼’ 방청에 당첨돼 하루 휴가를 냈다고 말한 이 남성은 “회사 동료 자녀의 돌잔치나 회갑 등 행사가 있을 때 이 복장을 하고 사회를 본다”고 말해 컬투 멤버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아침 일찍 왔다는 50대 중년 여성은 두 진행자에게 쑥스러운 듯 보자기에 싸인 상자를 건넸다. 상자 안에는 새벽 5시에 방앗간에 가서 쪄 왔다는 따뜻한 모싯잎 송편이 가득했다. 덕분에 이 날 스튜디오를 찾은 방청객들은 웃느라 허기진 배를 송편으로 채울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방청을 신청했다는 여중생은 아빠, 엄마와 함께 생전 처음으로 방송국을 왔고, 곧 회사를 그만둔다는 한 자동차 정비사는 동료와 함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컬투쇼’를 찾았다.

방송 중간 광고나 노래가 나가는 시간, 정찬우와 김태균은 다음 코너를 준비하지 않았다. 대신 방청객들과 사는 곳이 어디인지, 결혼은 했는지, 추천하는 맛집은 어디인지 마치 오래전부터 만나던 친구와 대화를 하듯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시 탈출 컬투쇼’의 두 주역 정찬우와 김태균. 그들은 생방송 2시간 동안 청취자들과 한 가족이 된다. 두 사람의 신나는 방송을 위해 방송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풀지 못하는 연출 이재익 PD(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두시 탈출 컬투쇼’의 두 주역 정찬우와 김태균. 그들은 생방송 2시간 동안 청취자들과 한 가족이 된다. 두 사람의 신나는 방송을 위해 방송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풀지 못하는 연출 이재익 PD(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 120분 생방송…느긋한 컬투, 정신없이 바쁜 PD와 작가

정찬우와 김태균이 거침없는 입담으로 진행을 이어가는 동안, 담당 PD와 작가들은 120분 내내 긴장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의 말이 길어지면 사연의 길이를 조절하고, 노래 소개를 잘못하면 얼굴에 식은땀이 흐른다.

‘컬투쇼’ 제작진과 두 진행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스튜디오에 설치된 두 대의 모니터. 제작진은 모니터를 통해 방송의 템포를 조절하고, 진행 중에 설명이 부족하면 곧바로 모니터 화면에 메시지를 띄워 바로 잡아준다.

연출자 이재익 PD는 “아슬아슬한 게 ‘컬투쇼’의 매력이죠. 예를 들어 오늘처럼 떡을 먹느라 쩝쩝거리면서 방송하는 것도 처음엔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조차 ‘컬투쇼’에서만 볼 수 있는 묘미가 됐다”고 말했다.

‘컬투쇼’의 작가는 세 명. 이들은 수시로 스튜디오를 드나들며 진행자들에게 사연을 전달한다. 한 명은 인터넷 게시판을 맡고, 다른 한 명은 문자 사연과 제보에 집중한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은 PD와 함께 방송 전체의 흐름을 조절한다.

메인 작가인 문지연 씨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약 5만 명의 방청객들이 락 스튜디오를 다녀갔어요. 다소 거칠고 투박스럽긴 하지만 사람 냄새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청취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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