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칸 영화제 수상의 의미…한국영화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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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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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 포스터.
영화 ‘시’ 포스터.
이창동 감독의 ‘시’가 제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거머쥠으로써 한국영화는 또 한 번 세계 무대에서 그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이는 이창동 감독이 2007년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전도연에게 안겨주고, 지난해에는 같은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데 이은 것으로 그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음을 말해준다.

이창동 감독은 데뷔작 ‘초록물고기’에서부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그리고 ‘시’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저 깊은 본성에 대한 내밀한 탐색과 치열한 문제의식을 드러내왔다.

특히 인간의 내면을 처절하리만큼 드러내보이는 데 그만큼 탁월한 감독이 있을까 하는 평가를 받으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인간과 세상,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었다는 점에서 ‘시’의 수상은 일찌감치 점쳐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창동 감독의 그 작품 세계가 이뤄놓은 성과가 대단한 것임을 입증한 셈이다.

이창동 감독의 이 같은 성과는 그동안 한국영화가 이뤄낸 성취 위에서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사상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2002년 임 감독이 ‘춘향뎐’으로 감독상을, 2004년 ‘올드보이’로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그 존재감을 세계 무대에 알렸다.

이와 함께 2007년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배우들의 재능 역시 세계적인 것임을 입증했다.

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아 한국영화는 그 예술적 성취에 있어서 세계 어느 나라의 영화 못지않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다시 한 번 말해주었다.

한국영화는 칸 국제영화제 뿐만 아니라 베니스와 로테르담 등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수상작을 낳기도 했다.

따라서 ‘시’는 이런 한국영화의 커다란 성과를 이어받는 것이면서 새로운 행보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특히 할리우드의 미국을 비롯해 인도 등 자국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나드는 나라가 드문 상황에서 한국영화는 그동안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1960년대 관객의 시선을 모으며 인기를 모았던 한국영화는 1970년대 이후 TV의 등장으로 관객을 안방극장에 빼앗겼다.

또 1980년대까지 이어진 정치사회적 억압 속에서 그 소재를 취하는 데 상당한 제한을 받으면서 할리우드를 비롯한 외화에 밀려났다.

외화를 수입하기 위한 ‘의무적 제작 편수’를 의미하는 외화 쿼터를 따내기 위해 수준 낮은 작품을 쏟아내 관객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젊은 기획자와 제작자들이 충무로에 나타나면서 새로운 영화의 조류가 나타났고 한국영화는 지금까지 그 중흥기를 누리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성과의 이면 속에서는 흥행을 검증받은 특정 소재 및 장르의 작품 제작에만 매몰되고 다른 한편으로 신선한 기획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관객의 실망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로지 흥행만을 위한 쏠림 현상은 한국영화의 또 다른 취약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함께 오로지 ‘돈이 되고 흥행이 될 만한’ 작품에만 투자 환경의 여건이 그 문을 여는 현상과 특히 대기업 자본들의 독과점 논란 속에서 이들의 소극적, 방어적 제작비 투자 경향이 좀 더 적극적, 공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자칫 다양한 영화를 볼 관객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한국영화의 풍성함을 위해서라도 바뀌어야 할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영화가 현재의 중흥을 맞는 데에는 소재의 폭이 넓어진 데 한 빚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다양한 영화에 대한 영화계 내부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시각도 거기서 나온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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