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김마스타] 포크가수 ‘하이미스터 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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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1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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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음악이란 졸린 음악? "여기 그 사람이 있습니다".

대중음악의 주요 흐름을 논할 때 '모던포크' 혹은 '네오포크'라고 불리는 21세기형 포크음악을 빼놓고 얘기하기 힘들다. 쉽게 말해 통기타 음악이다.

한대수, 김성호, 강산에, 김C, 이한철, 루시드폴, 림, 스윗소로우, 손지연 등 한국 포크계의흐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온 몸의 혈도를 지나가는 기운처럼 시대상을 반영하는 대중음악 1번지가 바로 포크뮤직 아니던가?

에너지를 단 두어 시간에 쏟아 붓는 가수 비욘세의 열정적인 무대를 한 마디로 '토끼'에 비유할 수 있다면, 포크뮤지션들은 '토끼와 거북' 우화의 거북이의 역할이다. 거북이는 우직하지만 낮은 울림을 낼 수 있다. 쉽게 흥분해 방방 뛰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것이 포크음악인 것이다.

모던 포크의 기수 하이미스터메모리.
모던 포크의 기수 하이미스터메모리.


이제는 화석화 된 포크음악?

물론 포크는 흘러간 사조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달달 외우는 인기가수 목록에 포크가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다. 90년대 중반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현 이후로 포크음악은 노래방 안에서나 살아남은 존재가 됐다. 아무리 멜로디가 좋고 감성이 높고 휴머니즘적 가사로 가득해도 젊은이들에게 포크란 달달한 느낌이 전혀 없는 절간 음식처럼 취급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패션 시장에서 유행은 25년 주기로 돌아온다. 음악 시장도 유사하다. 비교적 인기 없다고 기죽기 십상인 국내포크음악계도 점차 기지개를 켜고 부활의 무대를 시나브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2월이 되면 많은 대중 뮤지션들이 연말을 목표로 무차별 공격에 들어간다. 따지고 보면 이때만큼 성대한 공연시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연말연시 음악공연처럼 젊은 연인들을 흥분시킬 이벤트가 또 있을까? 그렇기에 이들은 손에손에 전단지를 들고 명동과 대학로, 홍대 앞을 서성인다.

그런 이들에게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여기 '하이미스터메모리(본명 박기혁.34)'라는 언더그라운드 3대 보이스가 있다. 진부한 상업음악에 질린 분이라면 그의 목소리를 한번쯤 들어보는 건 어떨까.

이미 그는 출시와 함께 절판돼버린 1집 '안녕, 기억씨'를 통해 이름을 알렸고 현재 평화방송에서 '자전거탄 풍경'의 송봉주와 라디오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주업무는 언더그라운드 속 비주류인 포크음악의 전도사로 사람들을 행복한 지경(?)에 빠뜨리는 일. 그는 또 가수 이지형과의 듀오 콘서트 시리즈를 통해 정통파 팬도 확보했다. 충분히 주목할만한 재인이다.

포크음악은 스토리텔러?

포크음악이란, 따지고 보면 스토리텔러의 음악적인 변용이다. 포크음악을 곰곰이 되새겨보면 가사의 전달이 우선이고 기타반주는 화자의 목소리를 더 잘 전달하게 하는 보조적인 수단임을 깨달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포크계를 움직이는 큰 손이라면 도노반 프란켄타이너, 잭 존슨, 존 메이어, 제이슨 무라즈, 글렌한사드(영화 원스의 주인공), 제임스 모리슨, 데미안 라이스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두가 시대의 첨단이자 예술가의 표상으로 떠받들여진다. 상당수가 자신이 직접 곡을 작사하고 그 감수성을 음악으로 표출하는 형식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때문에 포크가수가 직접 작사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은 매우 어색한 일이다).

그는 포크 음악이 왜 21세기에도 존재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입증한다.
그는 포크 음악이 왜 21세기에도 존재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입증한다.


그런데, 외국의 근사한 포크와 우리 포크는 좀 달라 보인다. 어쩌면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들 수 있겠다. 우리네 포크 가수들과 현재 거장반열에 오른 외국의 네오 포크 뮤지션들이 진정으로 같은 음악을 하고 있단 말인가? 정답은 물론 같은 음악이다. 그러나 대중의 인식 방식이 다르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영화음악이나 CF배경음악으로 근사하게 들었던 외국 포크음악과 한국의 포크가 크게 다른 이유는 바로 인식의 차이다. 우리는 한국 포크 가수의 음악을 '콘서트 7080'이나 '열린 음악회'라는 조금은 식상하고 '꼰대' 느낌이 나는 공간에서 접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평화방송 인근에서 만났던 풍경의 송봉주는 말한다.

"제가 생각하기에 없어져야 할 음악 프로 1위는 '열린 음악회', 2위라면 '콘서트 7080'입니다."

왜냐고? 이 프로그램들이 본래 고급기성 문화였던 시대정신 가득 담은 포크음악을 일본 엔카에서 비롯된 뽕짝과 구분 없이 섞어서 비슷한 위치에 놓아버렸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대학생과 생맥주, 통기타라는 희대의 궁합을 만들어서 젊은이들의 정신세계를 독려하던 그 멋진 음악이 본연의 빛깔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돈 이야기. 외국 포크음악을 그대로 스캔하여 제공하는 어떤 가수와 사무실은 그것을 광고음악과 영화음악에 팔아 억대의 수입을 벌어들인다고 한다. 물론 그 돈은 언더그라운드 중의 언더그라운드인 한국 포크계로는 유입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십 명에 이르는 한국의 싱어송라이터(포크음악 하는 가수를 부르는 또 다른 별칭)들도 춘추전국시대만을 겪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이들은 새로운 비약을 꿈꾸고 있다.

1년 전부터는 과거 신촌과 대학로의 정신을 이어받아 홍대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50여명이 '트리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매달 같은 장소와 시간에서 4명씩 조를 짜서 공연을 갖기도 한다.

이들이 공연하는 소극장에는 출범 초기부터 100여 명이 넘는 관객들이 자리를 채워주었고 요즘은 포크 1,2세대 선배들이 이 3세대 포크주자들을 각종 공연과 방송에 이끌어 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점차 네오 포크 물결이 안착하는 단계인 셈이다.

문예창작과 출신인 그는 포크 음악의 ‘스토리 텔링’ 화법을 명징하게 구현한다.
문예창작과 출신인 그는 포크 음악의 ‘스토리 텔링’ 화법을 명징하게 구현한다.


일기를 쓰듯 내밀한 포크

한때 포크음악은 클래식 소품과 더불어 '졸리는 음악'의 대명사로 꼽혔다. 졸리다는 얘기는 음악과 그걸 듣는 청자가 내면적으로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화자에 집중하고 그의 가사에 공감할 수 있다면 절대 졸린 음악으로 폄훼될 이유가 없다. 그런 면에서 '하이미스터메모리'는 독보적인 가수다. 이미 소형 디지털 카메라의 화면을 노트삼고, 내면의 일기들을 가사 삼아 여고생과 여대생을 넘어선 팬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하이미스터는 문인 출신이다. 명지대 문예창작과에서 한때 소설가를 지망하다가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됐으니 말이다.

그는 음악의 3대 요소라는 멜로디 화음 리듬을 잘 조리하는 요리사다. 때로는 학교 앞 떡볶이 집 주인같이 친숙한 메뉴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자판기 커피를 너무도 사랑하는 딴따라이기도 하다.

절친한 외국인 친구의 가벼운 농담에서 시작된 본명 박기혁의 닉네임은 다름 아닌 '기억', 즉 메모리(MEMORY)다. 그래서 '하이미스터메모리'라는 이름이 나온 것이다.

그는 음악의 3대 요소라는 멜로디 화음 리듬을 잘 조리하는 요리사다.
그는 음악의 3대 요소라는 멜로디 화음 리듬을 잘 조리하는 요리사다.


하이미스터 메모리는 포크의 현재이자 미래다

그는 2012년이라는 한파와 신종플루라는 난세에 처한 우리들에게 지금 보여줘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히트곡 '숙취'에서 그는 우리는 오히려 2009년이 아니라 어느 70년대, 80년대의 하루를 지금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노래 'fat boy'를 문학인들과 낸 앨범에서 보여주었고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하자센터에서 가수가 꿈인 청소년들을 상대하며 음악과 노래 그리고 삶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그는 포크의 본질인 사회계몽과 시대의 패션에 부합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네오포크의 진정한 스토리텔러가 필요한 이 겨울의 시작점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진정한 휴머니즘이 우리를 감싸야할 그 순간에, "여기, 그 사람이 있습니다".

김마스타 / 음악인 sereeblue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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