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우유 받아먹고… 이성 엉덩이 만지고… 막가는 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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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MBC ‘하땅사’(하늘도 웃고 땅도 웃고 사람도 웃는다)의 ‘으악’ ‘나 이런 사람이야’, KBS2 ‘개그콘서트’의 ‘씁쓸한 인생’, SBS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동물의 왕국’ 등 지상파 간판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들이 ‘독하거나 야한’ 설정으로 억지웃음을 유도하고 있다. 이 코너들은 예상을 깨는 반전이나 매끄러운 구성으로 건강한 웃음을 주기보다, 출연진을 가학적으로 대하거나 아슬아슬한 애정 표현을 통해 시선 끌기에 몰두하고 있다.》폭력 수준 가학행위

○ 독한 개그… 위험한 가학

‘하땅사’는 1일 방송에서 아찔한 장면을 여러 차례 내보냈다. ‘으악’ 코너에 나온 개그맨 김경욱이 3m 정도 높이의 철봉에 매달리자 동료 개그맨들이 아래에 있던 사다리를 치워버렸다. 허공에 매달린 김경욱의 이마에는 땀이 흘렀고 힘에 부친 듯 다리를 오므렸다. 손을 놓으면 부상할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른 출연진은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땅사’의 코너 ‘나 이런 사람이야’는 가학적 내용이 주를 이룬다.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 김경진이 출연하는 이 코너는 각 멤버가 스튜디오 밖에서 찍은 특이한 행동을 동영상으로 공개한다. 멤버들은 매번 위험하거나 자극적인 행동에 몰두한다.

1일 방송에서는 정종철이 젖소의 젖을 짜는 동안 오지헌이 젖소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누워 젖을 받아먹는 장면이 나왔다. 젖소가 뒷발로 오지헌의 이마를 차는 등 위험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오지헌과 정종철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경진은 한술 더 떠 공사장에서 포클레인이 뜬 흙을 선 채로 그대로 맞았다. 많은 양의 흙이 갑자기 쏟아지면서 김경진은 중심을 잃고 주저앉았지만 스튜디오는 웃음바다가 됐다. 박준형은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더한 것도 하겠다”고 공언했다. 제작진은 ‘그럴 리 없겠지만,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란 자막만 내보냈다.

‘개그콘서트’에도 ‘독한 개그’가 나온다. ‘씁쓸한 인생’은 매회 유상무가 김대희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으로 웃음을 유도해 왔는데 최근에는 서로 가학적 행동을 주고받는 설정으로 수위를 높였다. 1일에는 김대희가 유상무에게 밀가루를 퍼붓자 유상무는 김대희에게 물을 끼얹은 뒤 밀가루를 뒤집어씌웠다. 8일에는 신축성이 좋은 대형 바지 속에 차례로 들어가 입구를 끈으로 묶은 뒤 짐짝처럼 이리저리 구르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가수 임창정도 9월 6일 이 코너에서 밀가루 세례를 맞기도 했다. 같은 프로의 ‘풀옵션’은 8일 김대희가 악기 ‘봉고’를 연주한다며 김병만과 정명훈에게 바닥에 머리박기를 시킨 뒤 엉덩이를 쳤고 이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도했다.

○ 야한 개그… 거북한 선정성

‘웃찾사’는 지난달 22일 ‘동물의 왕국’ 코너에서 해설자가 뱀 곰 등을 연기하는 박상철 윤택 권성호에게 서로 짝지어 여러 차례 입맞춤을 하게 했다. 이 대목에서 출연자들은 남자들끼리 입을 맞춘다며 거북해했다. 같은 날 이 프로그램의 한 코너 ‘야옹이’에서는 동성애 역할을 하는 한명진이 다른 남성 출연자의 손가락을 혀로 핥았다.

‘개그콘서트’의 ‘그냥 내비둬’는 더 수위가 높았다. 1일 방송에서 송병철은 김민경에게 입을 맞춘 데 이어 입안에 있던 사탕을 입으로 넘겨주는 장면을 보여줬다. KBS2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이병헌 김태희가 하는 장면을 패러디했지만, 개그 프로그램에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진한 애정표현이라는 지적이다.

‘하땅사’의 ‘두드림’은 1일 김미려 등 여성 개그맨 4명이 게스트로 출연한 이윤석의 엉덩이를 서로 움켜쥐고 킬킬거리는 모습을 내보냈다. ‘집단 성추행’을 연상시켰다.

MBC ‘하땅사’ 연출가 김구산 PD는 “‘나 이런 사람이야’ 등 코너들이 다소 위험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실제 촬영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찍고 있다”면서 “시청자들이 이런 개그들을 따라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PD는 여성 개그맨들이 이윤석의 엉덩이를 만진 것도 “선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가학성 폭력성 선정성의 수위를 높여 방청객과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 것은 결국 코미디의 질을 떨어뜨릴 뿐”이라며 “코너 자체의 창조성과 풍자성을 높이는 정공법을 살려 재미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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