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란티노, 히틀러에 ‘불붙은 필름’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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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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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두축 나뉜 주인공 나치에 앙갚음
속고 속이는 긴장감 흥미 높여
“영화통한 복수, 영화의 힘 상징”

29일 개봉하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데쓰 프루프’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나치에게
복수의 칼을 가는 미군 게릴라 ‘개떼들’과 유대인 쇼사나를 통해 피 튀기는 복수극보다 숨 막히는 긴장을 강조한다. 사진 제공
무비앤아이
29일 개봉하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데쓰 프루프’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나치에게 복수의 칼을 가는 미군 게릴라 ‘개떼들’과 유대인 쇼사나를 통해 피 튀기는 복수극보다 숨 막히는 긴장을 강조한다. 사진 제공 무비앤아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9일 개봉)은 몸보다 말이 앞선 타란티노식 복수극으로 분류될 것이다. 이 영화에는 전작 ‘킬 빌’이나 ‘데쓰 프루프’에서 보여준, 피 냄새가 진동하는 사지절단류(類)의 잔혹함이 없다. 그러나 속고 속이는 인물 간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터지기 일보직전의 샴페인처럼 팽팽히 조여 오는 긴장감을 안겨준다.

무대는 제2차 세계대전. 영화는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의 마을을 조용히 비추며 시작한다. ‘유대인 사냥꾼’으로 불리는 한스 란다 대령(크리스토프 왈츠)은 유대인을 지하에 숨긴 시골집 주인을 상대로 긴 심문을 이어나간다. ‘지하에 숨어있는 유대인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몰살당할까’라는 식의 예측은 버리는 게 좋다. 들키지 말아야 하는 자와 아는 듯 모르는 듯 심문을 이어가는 자의 대화는 침이 꼴깍 넘어갈 만큼 숨 막힌다.

툭툭 끊어지듯 5장으로 나눈 영화는 두 개의 축으로 굴러간다. 미국인 게릴라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가 나치의 잔인함에 분개해 조직한 8명의 ‘개떼들’이 한 축을, 나치에게 가족을 몰살당한 유대인 쇼사나 드레퓌스(멜라니 로랑)가 다른 축을 이룬다. 각각 복수의 칼날을 갈아오던 두 축은 마지막 챕터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곳이 히틀러와 괴벨스가 영화를 보러 온 극장이다. 필름에 불을 붙여 극장을 폭파하는 쇼사나를 통해 감독은 ‘당한 만큼 갚는 복수’ 이상으로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를 고민한 듯 보인다. 감독은 “영화가 나치를 불러 모았고 동시에 영화가 나치를 죽였다. 이를 통해 영화가 가진 힘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타란티노 감독은 처음으로 이 영화에서 히틀러 괴벨스 같은 실존 인물을 등장시켰다. 이유가 뭘까. 감독의 개인사와 연관되지 않을까 상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인디언 체로키족의 피를 물려받았고 부모 세대도 2차대전과 특별한 관련은 없었다. 아예 애초부터 특별한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세르조 레오네의 음악, 스파게티 웨스턴 등 다양한 대중문화를 ‘짬뽕’처럼 뒤섞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었으니까.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뼈대를 세운 후 히틀러를 끼워 맞춰 자기 마음대로 주무른 게 분명하다.

기대 밖의 재미 하나. 프랑스를 배경으로 독일 나치와 미국 게릴라가 등장하다 보니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어설픈 이탈리아어까지 총출동하며 언어의 박람회장을 방불케 한다. 프랑스어로 유창하게 대화를 하던 란다 대령이 갑자기 “프랑스어의 밑천이 달린다”며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능청스러우면서 때론 독사처럼 비겁한 란다 대령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어색했을 부분이다. 놀라운 그의 활약에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의 레인 중위 연기는 살짝 빛이 바랬다. 원제인 ‘Inglourious Basterds’는 ‘Inglorious(불명예스러운) Bastards’를 일부러 틀리게 표기한 것. 18세 관람 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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