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캐릭터에서 아이디어 얻어”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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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솔약국집…’의 조정선 작가
“가족 이기주의 깨고 싶었다”마지막회 시청률 48.6%

KBS2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이 11일 마지막 회에서 시청률 48.6%(TNS미디어코리아)를 올렸다. ‘솔약국집…’은 7월 종영한 SBS ‘찬란한 유산’ 마지막 회(47.1%)를 누르고 올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이 됐다.

어딘가 조금씩 부족한 솔약국집의 네 아들이 짝을 찾으며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가족 드라마로 복수와 불륜 같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당겼다.

드라마를 쓴 조정선 작가(39)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고부갈등을 유쾌하게 그려 30% 후반의 시청률을 기록한 KBS2 ‘며느리 전성시대’에 이어 다시 한 번 가족을 소재로 성공을 거뒀다.

―요즘 흔치 않은 삼대(三代)가 같이 사는 대가족 이야기다.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가.

“내 가족만 잘되면 된다는 가족 이기주의를 풀고 싶었다. 가족은 처음부터 타고나는 게 아니라 이웃과 이웃이 결혼해서 형성된다. 이 사실을 잊어버리고 이웃을 배타한다. 가족 이기주의의 핵심에는 ‘내 새끼’만 위하는 ‘엄마’가 있다. 아들들을 결혼시키는 과정에서 가족 이기주의를 깨고 성장해나가는 엄마의 이야기도 그렸다.”

―드라마의 축을 이루는 ‘네 명의 아들과 엄마’ 구상은 어떻게 했는가.

“MBC ‘무한도전’을 보는데 다들 조금씩 모자라는 캐릭터더라. ‘저런 아들을 모두 갖고 있으면 엄마가 얼마나 갑갑할까’라는 생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웃음)”

조 씨는 인터뷰 도중 ‘원형’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다. 그는 “우리가 원래 갖고 있었던 본성, 원형이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원형이 비뚤어졌다”며 “가족끼리 서로 사랑하며 살았던 원형, 사랑은 마음 한가운데를 뚫는 충(忠)이라고 믿는 원형 등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모아 ‘선택적 리얼리티’를 그렸다”고 했다.

―보기 드문 ‘착한 드라마’라는 평이 있다.

“착하다는 게 뭘까 싶다. 요즘 세상은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사랑은 쿨하다’와 ‘사랑은 충이다’와 같이 서로 다른 관념과 관념의 대립이다. 사람을 통찰해 보면 딱히 나쁜 사람도 착한 사람도 없다. 착한 드라마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지에 달려있다”

그는 시간에 쫓겨 대본을 부분부분 넘기는 ‘쪽대본’을 쓰지 않는다. 드라마를 쓰는 동안 평일 오전 8시면 작업실로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글을 쓰는 규칙적인 생활을 반복했다. 하루에 A4 35장(한 회 분량)을 써내려갔다. 주말에는 등산을 하거나 길거리를 걸으며 줄거리를 구상했다.

―차기작이 궁금하다.

“기존의 미니시리즈와는 다른 미니시리즈를 써보고 싶다. 사랑이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이지만 거기에 인생이 다 걸려 있지는 않다. 드라마 담론의 수준을 높이고 싶다. ‘쟤랑 걔랑 잘될까 안될까’ ‘언제 뽀뽀할까’만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라 ‘인생이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와 같이 사회성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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