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위기의 연예인(2)]① 우울증, 연예계 직업병?

  • 입력 2008년 10월 7일 07시 42분


스타들에게 더 이상 우울증은 남의 일이 아니다. 세상을 떠난 최진실이 생전 우울증으로 고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연예인과 우울증의 상관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이제 우울증이 연예인들 사이에 일종의 직업병으로 인식된 지는 꽤 됐다. 최진실을 비롯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이은주, 정다빈, 유니 등이 생전 우울증을 앓았던 사실이 사후에 알려졌다.

사람들이 늘 부러워하는 화려한 삶을 살지만 연예인들의 이면은 밝지만은 않다. 고민을 터놓을 상대가 없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인기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쉽게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평소 털털하고 남성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가수 황보마저 “솔직히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는 연예인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그녀 자신 역시 한 때 우울증을 겪었다고 밝혔다.

연예인에게 우울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아역 출신 연기자 김성은은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속 ‘미달이’ 캐릭터에 대한 부담으로 청소년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자살 시도까지 했다. 70∼80년대를 풍미한 가수 혜은이 역시 2003년 연예계 활동과 건강 등의 문제로 우울증을 얻어 2∼3년간 고통 속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일본에서 활동한 가수 계은숙의 경우 10여 년간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 끝에 결국 2007년 11월 자신의 도쿄 집에서 각성제를 복용하다 체포돼 1년 6개월 형을 받았다.

가수 이수영과 장나라의 경우는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2000년 초, 중반 우울증에 시달렸다. 다행히 둘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를 극복했지만 인기가 높은 톱스타라고 해도 우울증은 예외가 아니란 사실을 보여줬다.

할리우드에도 우리처럼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연예인들이 많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의료진의 도움을 얻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최근 정신과 치료를 통해 우울증을 이겨낸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우울증 극복과정을 책으로 준비 중인 배우 짐 캐리가 이런 경우다.

반면 국내 연예인들은 병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알았다고 해도 정신과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연예인의 의료 행위, 특히 정신과 치료에 대한 세간의 뜨거운 관심 때문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연예인을 관리하는 소속사 입장에서도 의료기관을 추천해 주는 정도 밖에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정신과 치료는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예 관계자는 “최근 우울증과 관련된 연예계 사건이 많아 우울증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치료를 권유하지만 오히려 연예인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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