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PD수첩, 의도 갖고 誤譯해 국민 우롱했다

  • 입력 2008년 6월 25일 22시 58분


MBC ‘PD수첩’ 측은 광우병 프로그램에 관해 ‘일부 의역(意譯)을 해 오해가 생긴 것은 유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공동 번역자로 활동했던 정지민 씨가 “문제는 번역이 아니라 광우병 위험을 강조하려는 제작진의 의도탓”이라는 글을 PD수첩 게시판에 올렸다. 제작팀이 광우병의 위험을 부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역(誤譯)을 했다는 증언이 번역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이로써 PD수첩은 사실을 조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PD수첩은 ‘주저앉는 소(다우너 카우·downer cow)’ 동영상 앞에서 사회자가 “광우병 의심 소”라고 한 데 대해 “생방송 중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동물 학대를 고발한 영상을 빌려다 ‘광우병 소’라고 조작해 놓고 사회자의 실수로 돌려 어물쩍 넘어갈 일인가. 정 씨는 “(프로그램 최종본) 번역을 감수하는 과정에서 다우너 소를 너무 강조해 ‘다우너=광우병’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데 너무 오버한다”는 요지로 제작진에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정 씨의 말에 비추어 ‘주저앉는 소’ 오보(誤報)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고의(故意)라고 봐야 한다. PD수첩은 젖소(dairy cow)를 ‘이런 소’라고 번역해 광우병에 걸린 소라는 뉘앙스를 비쳐 놓고도 ‘의역’이라고 주장했다. ‘뜻을 살린 의역’이 아니라 ‘뜻을 왜곡한 오역’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PD수첩은 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았던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를 인터뷰하면서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과 ‘인간광우병(vCJD)’을 혼란스럽게 보도했다. PD수첩은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없는 빈슨의 어머니가 두 가지 병을 혼동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전문지식이 없는 여성의 발언을 비중 있게 소개해 놓고 이제 와서 책임 문제를 흐리고 있다.

정 씨가 “PD수첩에서 빈슨의 사인(死因)이 확실치 않다는 것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았다”고 한 지적은 정확하다. PD수첩은 미국 버지니아 당국의 보도자료를 인용하면서 ‘뇌질환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사인을 밝히는 유일한 방법은 추가 검사뿐’이라는 요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한쪽 방향으로 몰고 가는 행태의 전형이다.

제작 목적에 따른 ‘의도적 오역’이라는 정 씨의 증언으로 PD수첩의 거짓은 백일하에 드러났다. 방송의 기본윤리를 망각하고 국민을 우롱하며 나라를 뒤흔드는 잘못을 저지른 MBC PD수첩은 상응하는 법적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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