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탓하다니”…‘PD수첩’ 번역자 항의

  • 입력 2008년 6월 25일 18시 41분


PD수첩 광우병 왜곡 보도 논란과 관련, 이 프로그램의 공동 번역자 중 한 명이 MBC PD수첩 시청자 게시판에 '제작진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정확한 번역을 묵살했다'는 취지의 글을 남겨 파장이 일고 있다.

25일 정 모 씨는 'PD수첩' 시청자 게시판에 "영어 번역 감수한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자신을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방송(4월29일 방송)편에서 영어 취재자료를 일부 번역·감수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인간 광우병인지 확실치 않다는 것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는 등 제작상 오해의 소지가 발생한 것은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제작 의도 및 편집의 어떤 '성향' 내지는 '목적'이 강조돼 발생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감수를 하면서 '주저앉은 소를 너무 강조한다, 프로 제목이 광우병이라 충분히 다우너=광우병이란 인식을 줄 수 있는데 너무 오버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최근 일고 있는 논란과 관련해 "제작진이 '광우병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랬다'고 변명을 해야지, 번역을 운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또 다른 글에서 "어느 방송이건 의도가 다 개입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저의 경우 일반 시청자들보다 방송 내용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며 "워낙 많은 자료를 봤지만 정작 방송에 나간 것은 방송의도에 맞는 부분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은 "정씨는 광우병 관련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당시 다우너 소가 광우병 의심 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또 '제작 의도'에 대한 지적에 대해 "우리는 다우너 소가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는 말을 수차례 언급했다"며 "또 진행자가 실수로 말한 것과 그 분이 지적하는 영어 번역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PD수첩'은 24일 밤 '쇠고기추가협상과 PD수첩 오보논란의 진실'편에서 오역 논란과 관련해 "생방송 중 실수였다, 의역을 했다"는 등의 해명을 내보냈다.

방송 마지막 부분에서는 "영어 번역과 관련해 또박또박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다거나 의역을 해서 오해의 여지를 남긴 점은 지적받을 만하다"며 "영어 번역 문제와 관련해서는 치밀하고 꼼꼼하게 할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

한편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PD조작수첩 방송 퇴출을 국민의 이름으로 명하자'는 청원이 제기됐다.

'로만'이라는 ID를 쓰는 누리꾼이 올린 이 청원에는 26일 오전 3시 현재 3700여명이 서명했다.

청원을 올린 누리꾼은 "PD괴담은 '미국소고기는 광우병을 유발하는 위험한 음식'이라는 사전 결론을 내려놓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인터뷰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핑계로 잘못된 보도 후에도 사과 없이 넘어간 방송권력, PD괴담의 퇴출을 국민의 이름으로 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 대해 누리꾼들은 "언론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팩트만 전달해야한다. 판단은 국민 각자의 몫이다. 픽션을 전달하지 말라"는 등의 의견을 내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 정 모씨의 글 보기 (PD수첩 시청자 의견 게시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