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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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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어린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에 살고 있는 형지원(5) 양은 거실 피아노 의자에 앉아 엄마 아빠 앞에서 유치원에서 배운 동요 ‘TV를 안 볼 거야’를 신나게 불렀다. 이날은 ‘TV 안 보기 시민모임’(cafe.daum.net/notvweek)이 정한 ‘전국 TV 안 보는 주간’이 시작되는 날. 이 운동은 ‘TV 안 보기 시민모임’ 대표인 서영숙(사회복지학) 숙명여대 교수가 이끄는 캠페인이다. 이날 처음 참가한 지원이네 가족은 TV에선 다양한 어린이날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지만 11일까지 TV 스위치를 끄는 실험에 동참하기 위해 TV 코드를 뽑았다.》
■ ‘TV 안 보기 운동’ 동참한 형성철 씨 가족
○ TV를 안방 장식장 속으로
치과의사 부부인 형성철(40) 한민정(37) 씨는 신혼살림을 차릴 때 거실 중앙에 놓은 TV와 소파 때문에 저절로 TV중독에 빠져들었다고 회고했다.
“어릴 적 섬진강변의 시골에서 자랐는데 동네에 TV가 한 대밖에 없었어요. 자연 속에서 놀 게 워낙 많아 TV를 잘 보지 않고 자랐지요. 치대에 다닐 때도 바빠서 TV를 잘 보지 못하다가 결혼 후 드라마 ‘대장금’에 빠진 후 각종 드라마를 다 챙겨보게 된 거예요.”(한 씨)
형 씨 부부가 TV의 폐해를 가장 심각하게 느꼈던 것은 지난해.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세 만료 날짜가 안 맞아 1년간 가족끼리 원룸을 빌려 생활을 했던 것. 좁은 원룸에서 TV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지대했다. 한 씨는 “밥 먹으면서도 TV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 아이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새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부부는 거실과 방 배치를 위해 수십 번 도면을 그려가며 고민을 거듭했다. 우선 TV와 소파, 컴퓨터는 모두 안방에 몰아넣었다. TV가 사라진 거실 벽면에는 대형 거울을 붙이고 가족들이 함께 실내에서 운동하고, 책을 읽고,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형 씨 부부의 안내를 받아 안방으로 들어가 봤더니 TV는 흰색 문이 달린 장식장 속에 들어가 있었다.
“가끔 외국에 나가 보면 호텔방에 TV 장식장이 있는 걸 봤어요. TV를 안 볼 때는 문을 닫아 놓게 돼 있는 거지요. ‘이거구나!’ 싶었어요. ‘TV 안 보기 시민모임’에서는 TV를 천이나 상자로 덮어두라고 조언하는데 장식장에 넣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아이와 놀아주기 함께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