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문화 경쟁 이기려면 세계 수준 미디어그룹 필요”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25일 제주 서귀포시 샤인빌리조트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현 정부의 언론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25일 제주 서귀포시 샤인빌리조트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현 정부의 언론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인터뷰

‘신문 방송 통신 자본 간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언론계의 5공 잔재를 청산하겠다’ ‘미디어 관련 법안을 일괄 개정하겠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25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샤인빌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방송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 주최한 학술세미나에서 현 정부의 포괄적인 언론 정책 방향을 밝혔다.

신 차관의 발언은 신문 방송 통신 등을 아우르는 정책 방향을 처음 밝히는 것이어서 그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 차관은 25, 27일 본보와 한 인터뷰에서 “언론계에 시장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문화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 그룹이 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국내 미디어 환경을 전망하면….

“2012년 지상파가 디지털로 전환되면 지상파 채널 1개에 10개 정도의 채널이 탄생한다. 방송사들은 이 채널들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기존 아날로그 주파수 대역을 달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상파 채널은 국가 자산이므로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지상파사업자가 다수 등장할 수도 있다. 여기에 인터넷TV(IPTV)까지 합치면 채널은 무한대로 늘어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채널 시대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할 텐데….

“채널이 많아지면 콘텐츠 수요가 더욱 커진다. 미국은 세계 문화산업에서 점유율이 40% 이상인데 우리는 2%에 불과하다. 앞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IPTV를 쏘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국내에서 가장 큰 신문사도 연 매출액이 4000억∼5000억 원에 불과하다. 국내 미디어 기업은 중소기업 수준이다. 강력한 자본력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큰 미디어 그룹이 탄생해야 한다. 그래야 문화산업 분야의 세계적인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궁극적으로 신문 방송 통신 자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을 제거해야 한다. 다만 한꺼번에 없애면 자본력이 큰 곳이 독식할 수 있다.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언론계 ‘5공 청산’의 의미는….

“1980년 5공 정권이 들어선 이후 KBS 2TV가 생기는 등 언론 통폐합이 있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대주주인) 현재 MBC의 소유구조도 5공 때 탄생했다. MBC 문제는 구성원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의견, 전문가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 반드시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공영방송을 원한다면 공사 형태로 가서 광고를 줄이고 공영성을 강화해야 하며, 민영방송을 원한다면 확실하게 시장으로 가야 한다. 5공 청산의 차원에서 MBC의 소유구조는 정상화해야 한다.”

―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없다’고 했는데….

“영어로 하면 ‘No policy is the best policy’(정책 없음이 최상의 정책)다. 언론에 대해 규제도 없겠지만 어떠한 형태의 지원도 없을 것이다. 현 언론제도와 정책 중에는 5공이 언론에 개입하고 통제하기 위해 만든 잔재(규제와 지원)가 많이 남아 있다. 그중 규제는 많이 사라졌다. 현 정부는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지원 정책도 없앨 것이다. 언론계는 그 혜택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지만, 언론의 법과 제도를 선진화하려면 ‘부당한’ 혜택도 벗어던져야 한다.”

―언론계에도 시장원리를 적용한다는 것은….

“지난 정부에서는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죽어가는 매체를 살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현재 시급한 것은 언론의 난립을 해소하는 문제다. 현재 전국에 일간지가 300여 개, 인터넷 신문은 1000여 개가 있다. 법과 권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는 길밖에 없다.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매체는 자유롭게 퇴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 특정 언론사에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 종류의 언론 산업 전체가 어렵다면 정부가 산업적 측면에서 해당 분야에 대한 진흥책을 내놓을 것이다.”

―미디어 관련 법안을 한꺼번에 고친다고 했는데….

“2012년 지상파와 케이블TV가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면 채널이 수십 개씩 늘어난다. 이처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언론이 과거에만 안주할 수 없다. 미디어계에는 공영방송의 소유형태, 신문방송 겸영, 방송통신 융합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원 바이 원(One by One)’식으로 고치는 것은 어렵다. 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법 뉴스통신진흥법 방송문화진흥회법 등 모든 것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바꿔야 한다. 너만 옷을 벗으라고 할 것 아니라 모두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9월 정기국회에서 신문법 재개정을 계기로 나머지 미디어 관련법도 한꺼번에 고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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