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채와 실망사이]‘삼국지-용의 부활’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조자룡 헌칼 쓰듯… 흥행 휩쓸까

《‘삼국지’의 영웅들이 스크린에서 부활했다. 3일 개봉하는 ‘삼국지-용의 부활’(감독 리런강·李仁港, 15세 이상)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영화화한 작품. 이번 작품은 한국의 태원엔터테인먼트가 200억 원을 들여 기획 제작하고 류더화 훙진바오, 매기 큐 등 중국의 인기 배우와 스태프 등이 참가했다. ‘삼국지-용의 부활’은 조자룡을 주인공을 내세워 그가 맹활약한 장판파 전투와 봉명산 전투를 두 축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장판파에서 홀로 조조의 병사들을 휘젓는 조자룡을 보고 설욕을 결심한 조조의 손녀 조영이 수십 년 후 북벌에 나서는 조자룡과 맞서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 ‘삼국지’ 읽은 독자라면

▽좋았어=삼국지의 영웅을 스크린으로 불러온 시도가 반갑다. 삼국지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고전이지만 워낙 등장인물이 많고 내용이 방대해 영화제작사들이 좀처럼 스크린으로 옮길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작품. 삼국지를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캐릭터의 모습부터 건축이나 복식, 병기 등을 눈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비의 황제 즉위식 등 스펙터클한 볼거리도 있다.

가공의 인물인 조영도 영화의 극적인 재미를 잘 살렸다. 원작 소설에서는 조조의 사위지만 영화에서는 조조의 손녀로 위나라 대군을 이끈다. 조영 역을 맡은 매기 큐는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적인 여장부 역할을 잘 소화했다.

▽아쉬워=조자룡에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다른 영웅들의 비중이 현격히 줄었다. 마초나 황충은 딱 한 장면에서 얼굴을 비칠 뿐 대사 한마디 없다. 조자룡과 더불어 불세출의 무예를 자랑했던 관우 장비의 창 솜씨를 구경할 수 있는 장면은 장판파에서 조자룡과 말다툼이 벌어져 세 사람이 티격태격할 때뿐이다. 신출귀몰 계략으로 유명한 제갈량은 영화 속에서는 평이한 전략가로만 그려진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문화부 유성운 기자

○ 조자룡 팬이라면

▽좋았어=수많은 영웅 중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제작사 측은 “조자룡은 용맹하고 흠결이 없어 한국과 일본 등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대업을 위해 사생활을 희생하는 꼿꼿한 장수 조자룡을 완벽한 인물로 묘사했다. 조자룡은 장판파 전투와 봉명산 전투에서 위나라 대군을 휘젓는 뛰어난 무예 실력을 보인다. 70대 노인이 되어서도 촉나라 군사를 이끌고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북벌에 나서는 장면에서는 조자룡의 팬이라면 ‘아’ 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비장감이 넘친다. 류더화는 관록 있는 연기로 20대부터 70대까지의 조자룡을 그려냈다.

▽아쉬워=조자룡은 충성심 강하고 용맹무쌍하지만 내적 갈등이 전혀 없어 영화 캐릭터로서의 매력은 떨어진다. 전형적인 유교적 영웅으로 묘사될 뿐 깊이 있는 내면세계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 중국 무협 영화 팬이라면

▽좋았어=기존 중국 액션 무협 영화의 기본은 맨손의 권법이나 칼을 쓰는 정도였지만 이 작품에서는 창을 쓰는 무예가 주를 이룬다. 조자룡뿐 아니라 관우 장비 모두 창을 즐겨 썼기 때문. 특히 책을 통해 상상만 하던 마상창술 대결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쉬워=장판파 전투는 적벽대전과 더불어 마니아들에게 손꼽히는 ‘삼국지’의 명장면. 조자룡이 일기필마로 수십만 대군 틈에서 아두(유비의 아들)를 구해내는 활약을 스크린으로 옮긴다는 것에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허허벌판에서 벌어지는 영화의 장판파 전투는 다소 밋밋했다. 후반부의 봉명산 전투도 스케일은 크지만 전투 액션은 약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