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광고 밀어붙이기 그들만의 방송위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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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 융합등 정치권 입김에 우왕좌왕

최민희 부위원장, 토론-설득없이 표결주도

“대선 앞두고 일사천리 지상파 방송 봐주기”

《방송위원회가 2일 전체회의에서 표결 끝에 찬성 5표, 반대 4표로 중간광고 허용을 전격 처리하자 방송계 안팎에서 방송위가 총체적인 지상파 방송 봐주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방송계에선 방송통신 융합, 공익채널 선정, 유료채널의 보도프로그램 허용 등의 사안에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해 ‘식물 위원회’라는 말을 듣던 방송위가 중간광고를 신속하게 처리한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

이날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부위원장은 “(중간광고 문제는) 더 논의해 봐야 반대할 사람은 반대하고 찬성할 사람은 찬성한다”며 표결 처리 강행을 주도했다. 이에 조창현 위원장은 “중요한 사안이니만큼 신중하게 처리하자”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최 부위원장을 비롯한 나머지 친여권 위원 5명이 밀어붙여 표결 처리했다.

방송위 관계자는 “합의제 정신을 바탕으로 한 방송위에선 더 시간을 끌 수 없는 사안일 경우에 한해 표결 처리하는 것이 관례”라며 “화급한 사안도 아닌 중간광고가 정권 말기에 전격 통과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방송위가 중간광고 허용 과정에서 전체회의 워크숍이나 전문가 초청 공청회도 갖지 않은 것은 졸속 처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위는 올해 2월부터 소위원회를 만들어 중간광고 개선안을 만들었지만 이 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는 한 번도 없었다. 또 지상파 방송사의 주장대로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할 만큼 경영상 위기가 온 것인지도 확인한 바 없다는 것.

이날 전체회의에선 중간광고 허용 여부는 물론 시기적으로 과연 처리해야 할 시점이냐는 등 다양한 반대 의견이 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KBS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중간광고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KBS는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전체 수입에서 광고 수입의 비중을 현재 48%에서 33%로 줄인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중간광고를 통해 광고 수입이 늘 경우 광고 비중은 줄지 않고 수신료 수입만 가외로 올리는 셈이 된다. 더구나 KBS MBC 등 공영방송에도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여부도 분석하지 않고 무조건 허용하는 방향으로 의결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조 위원장이 1일 국회의 방송위 국정감사에서 중간광고 허용 여부를 국회와 의논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는데도 하루 만에 이를 강행한 점은 방송위의 독단이라는 것. 국감에서 조 위원장은 “2기 방송위 노성대 위원장이 중간광고 문제를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한 것처럼 이번에도 국회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답변했다.

일부 위원은 “사안의 중요성과 국민의 비판적 시각, 이해당사자의 이견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적어도 2, 3주 동안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의견을 최후까지 제시했지만 역시 무시됐다.

방송위 고위 관계자는 “친여 방송위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중간광고를 밀어붙인 것은 정권이 대선을 앞두고 방송위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에 특혜를 주는 ‘끌어안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민언련 “지상파 중간광고 즉각 철회하라”

방송위 노조 “일부위원 정략적 행태 분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5일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시청자 주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민언련은 성명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재정 위기 타개를 위해 내부의 노력과 실천이 충분했는지 묻고 싶다”며 “시청권을 방해할 중간광고 문제를 사회적 동의 없이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방송위원회 노동조합(위원장 한성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지상파 방송사의 재원구조 위기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나 워크숍 한 번 없이 일사천리로 절차를 진행하고 찬반에 대한 표 대결까지 벌이는 바람에 중간광고 도입은 외부로부터 ‘정치적 해석’을 받게 됐다”며 “일부 위원이 표결 처리하도록 위원장을 압박한 것은 합의제 기관의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다수의 힘으로 몰아붙이는 국회의 축소판이자 목적달성을 위해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폭주기관차”라고 비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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