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현안 쏟아지는데…요즘 민언련은 왜 잠잠할까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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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현안에 대해 빠짐없이 논평을 해온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아리랑TV 부사장 인사 외압설을 포함해 방송과 관련한 굵직한 현안이 터져 나오고 있으나 입을 다물고 있다.

이는 3기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5명 가운데 민언련 출신이 3명인 데다 최근에는 민언련 공동대표를 지낸 신태섭 동의대 교수까지 KBS 이사로 추천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건강이 악화돼 방송위 위원장 직에서 사퇴한 이상희 씨는 민언련 고문을 지냈고, 위원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최민희 부위원장은 상임대표, 주동황 상임위원은 정책위원 출신이다.

KBS의 최대 현안은 6월 말로 임기가 끝난 정연주 사장의 연임 여부다. 노조는 정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사장추천위원회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17일에는 ‘KBS스페셜’의 시청자 판매용 비디오테이프에서 참여연대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밝혀져 노조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언련은 이에 대해 한번도 성명을 낸 적이 없다. 5월 연합뉴스 사장 추천위가 문제가 됐을 때 “연합뉴스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각계 인사들로 사장추천위를 구성하라”고 성명을 내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정부는 정 사장 연임을 원하고 있고 KBS 사장 인사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방송위에 민언련 출신을 다수 포함시킨 것도 정 사장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리랑TV 부사장 인사 외압설 외에도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회 구성 과정에서 방송사 노조가 사전 내정설을 제기했으나 민언련은 이에 대해서도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 역시 방송위가 KBS 이사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추천권과 선임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MBC 이모 기자의 출입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후 이 기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아버지 덕에 세 차례의 인사위원회 회의 결과 정직 6개월의 ‘솜방망이’ 징계를 받게 돼 MBC 사내에서조차 문제가 제기됐으나 민언련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난 16대 총선을 앞두고 야당 의원이 방송사 카메라기자들에게 성 접대를 한 사실이 밝혀지자 민언련은 ‘성 접대 받고도 언론계 남아 있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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