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호 교수의 미디어 월드]“당신을 방송하세요”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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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장 쉽게 얻는 방법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시간을 때우려고, 이성과의 데이트를 위해, 또 출연 배우가 좋아서 등등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답변이 진정 그들의 행위 즉 영화 관람의 동기를 충분히 설명하느냐는 것이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자기 행위의 근본 동기를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 행위의 적지 않은 부분이 의식되지 않는 또는 의식하고 싶지 않은 이유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보는 기쁨(Pleasure of Seeing)’은 두 가지 무의식적인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관음증과 나르시시즘이 그것이다. 전자는 기쁨의 원천 즉 보는 대상이 남(他)이고 후자는 자기(我)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영화관 안의 어둠 속에 몸을 감춘 채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그런 것처럼 연기하는) 극중 인물들의 사적인 면을 훔쳐봄으로써 얻는 것이 관음적 욕구 충족이다. 나르시시즘은 이와는 달리 영화 속에서 상상의 자신(我)을 발견함으로써 느끼는 기쁨이다. 이것은 관객이 영화 속의 연기자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얻어진다.

이런 ‘보는 기쁨’을 영화 이상으로 잘 제공하는 매체가 인터넷이다. 인터넷의 익명(匿名)성과 차명(借名)성이 관음증과 나르시시즘을 발현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마이스페이스닷컴이나 우리나라의 싸이월드처럼 방문자의 관음적 욕구와 게시자의 나르시시즘적 욕구에 소구하는 서비스들을 우리는 인터넷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요즈음 미국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사이트 유튜브닷컴(YouTube.com)은 이런 종류의 보는 기쁨을 최적화한 인터넷 매체이다. 사적인 매체인 인터넷에서 ‘보는 기쁨’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 능동적으로 충족될 수 있다. “당신을 방송하세요(Broadcast yourself)”라는 노골적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유튜브닷컴과 같은 공유(共有) 동영상 사이트들이 거두고 있는 최근의 성공은 인터넷의 이런 본질을 잘 보여 주는 예이다.

읽는 매체에서 점점 더 강력한 보는 매체로 진화해 가고 있는 인터넷이 미디어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업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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