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세번째 드라마화 ‘토지’ 여전한 인기 비결은

  • 입력 2005년 2월 23일 18시 27분


코멘트

《드라마 ‘토지’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SBS 주말드라마 ‘토지’(밤 8:45)는 최근 시청률 25∼27%로 KBS2 ‘해신’ ‘부모님전상서’, SBS ‘봄날’에 이어 주간 시청률 순위 4위를 달리고 있다(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 KBS가 1979년, 1989년 두 차례 방영한 바 있는 드라마 ‘토지’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도 변함없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50회로 5월 종영 예정인 이 드라마의 방영분을 늘려달라고 시청자들이 요구할 정도다.》

● 원작과 같으면서도 다른 ‘21세기 토지’

‘토지’의 인기비결 중 첫째는 박경리 씨의 원작이 가진 힘이다. 탄탄한 스토리,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물, 수십 년을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이 인기드라마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다.

SBS ‘토지’는 이런 원작의 힘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세부적 전개에서는 원작과 거리를 두었다. 박경리 씨도 한 인터뷰에서 “원작과 달라 1회만 보고 말았다”고 말했으나, 이런 차별이 인기요인 중 하나라는 게 SBS 측의 설명이다. 원작에 없는 서희(김현주)와 김두수(유해진)의 대결, 서희와 길상(유준상)의 사랑과 갈등을 삽입함으로써 드라마적 재미를 더했다는 것이다.

최근 방영분에서 서희는 만주 룽징(龍井)에서 일제의 밀정 노릇을 하는 김두수와 갈등을 빚는다. 원작에선 김두수가 룽징에서 서희와 딱 한번 마주치고 비중도 크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김두수가 서희를 죽이려 하고 마적떼를 부추겨 서희가 사는 마을에 불을 지르게도 한다.

서희와 결혼하는 길상도 원작에서는 무조건 서희를 감싸는 캐릭터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과 갈등이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다.

김명호 작가는 “1990년대 트렌디드라마의 영향으로 요즘 시청자들은 빠른 전개와 선명한 갈등구조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21세기 ‘토지’가 1970, 80년대 ‘토지’처럼 템포가 느리거나 원작에만 충실했다면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연 뛰어넘는 조연들의 호연

주인공인 서희 역의 김현주가 “서희 특유의 품위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미스 캐스팅 논란에 휘말린 데 비해 조연들의 연기는 박수를 받고 있다. 초반에는 ‘귀녀’ 역을 맡은 신인 탤런트 조안이 시청률 제고에 한몫했다. 표독스러우면서도 한 많은 듯한 그의 연기에 귀녀를 살려달라는 시청자들의 글이 게시판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용이(박상원) 월선(김혜선)의 사랑과, 서희를 쫓아내는 악역 조준구(김갑수)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유해진의 연기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김두수 역의 유해진은 독한 눈매와 빈정거리는 말투로 서희를 괴롭히는 연기를 실감나게 펼쳐 “김두수 때문에 토지를 본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 ‘전원의 4계절 고스란히’ 빼어난 영상미

‘토지’는 방영 1년 전인 2003년 10월부터 촬영이 시작돼 사계절의 변화를 모두 담았다. 2월 방영분인 25∼27회에선 초여름 장면이 나오고 28∼30회엔 겨울 장면이 나온다.

‘왕룽일가’ ‘관촌수필’ ‘분례기’ ‘화려한 시절’ 등 토속작품들을 주로 제작했던 이종한 PD는 이번에도 농촌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그림을 담아냈다.

파란 하늘과 갈대밭을 배경으로 서희와 길상이 조준구에게 쫓겨 가는 대목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경남 하동군과 강원 횡성군에 오픈세트를 지어 만주 룽징의 거리를 재현한 것도 드라마의 사실감을 더해주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