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람들' 감상기]이계진 한나라당 의원

  • 입력 2005년 1월 25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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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된 10·26사태를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감독 임상수·제작 MK픽쳐스)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CGV 극장 10개관 전관에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다음은 시사회에 다녀간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감상기 전문이다. 》

안녕하세요? 해바라기 피는 마을의 촌장 이계진입니다.

잘봤습니다. 감독님, 배우 여러분 그리고 내친구 심우창, 배장수라는 단역배우까지........

좋은 연기, 밀도 있는 구성에 적절한 저질성 욕설로 리얼리티를 살리며 대한민국의 핵심층을 희화하는 재미를 보태 만든 우수한 영화겠지요.....

영화를 공짜로 본 답례의 말은 이정도면 족할 것입니다.

시사회에서 공짜로 본 영화 '그때 그사람들'은 입구에서부터 달랐지요.

입구의 검색은 내가 3공 시절에 경험했던 청와대 경호실 체크보다 심했는데, 나는 초대 받은 점잖은 위치였기에 웃으면서 참을 수 있었지요. (이것이 마켓팅 전략이겠지 하면서....)

그러나 대한민국의 상식인으로, 방송 30년의 길을 걸었고 대한민국 국회의원(비록 야당이지만)인 나는 주변의 구경거리가 되면서 주머니 속의 동전까지 꺼내보이고서야 검색대를 통과하는 '수모'를 당해가면서 공짜의 대가(代價)를 치렀습니다. 견딜 만 했습니다.

당하면서 배운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니까요.....

바로 '그것'이었지요.

그 영화를 떳떳하지 못한 시각으로 만들었다는 의미였지요.

분명 난동을 부릴 상대가 다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목적에 둔' 영화라는 것을 자인한 자백적 행위였다고 봅니다............

아차! 표현의 자유를 만끽한 영화를 보고, 표현의 자유를 절제하며 이 감상을 쓴다는 말이 좀 늦었습니다. 살살 쓰겠습니다.

다시-, 그런 '목적성'을 예견한 영화여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부담을 가지고 봤지요.

(한나라당 의원은 이계진 한사람만 초대에 응했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현장에 가보니 한선교의원도 있었지만요.)

영화가 끝난 뒤에 초대된 객석의 박수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약 1/10정도의 사람들만 '짝짝'박수를 쳤고 나머지는 무슨 이유인지 - 침묵했다는 겁니다. 대개의 시사회에서는 전원, 혹은 가끔은 기립 박수가 터지는게 상례거든요?

초대에 대한 감사의 박수겸........ 9/10쯤은 마음이 가볍지 않다는 증거 아닐지요.......

영화의 앞부분에서 '사실'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나, 이야기는 '픽션'이라는 자막처리까지 하는 성의를 보였는데, 오히려 연출기법은 '이영화가 사실'이라는 것을 강변하고 있었지요.(결국은 사실로 봐달라는 강한 주문이었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는 무한한(?) 표현의 자유가 있지요.

그리고 아직도 영화는 예술이면서 '언론'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그런 영화를 통해 예술인들(영화인)은 권력과 금력과 폭력을 고발하고 풍자하고 비판할 수가 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의 선조 광대들은 유일한 언로(言路)인 탈놀음이나 노래형식의 해학적인 표현으로 '집권층'을 조롱했지요. 즉 '약자'가 아닌 '강자'를 조롱했지요. 그것이 생명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된 영문인지, 나락에 떨어져 힘겨워하는 견제'야당'을, 즉 '약자'를 힘껏 짓밟으며 '강자'인 집권세력에 아부하고 세확산에 힘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요......

오늘 아침(2005년 1월 25일) 뉴스에 보니 '갈등의 선동에 언론이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교황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교황님이 너무 연로하셔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거듭 말하지만 '영화'는 아직도 '언론'의 범주에 듭니다.

표현의 자유를 나무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 자유를 어느 한쪽, 그것도 약자 죽이기에 쓴다면 그것은 '자유'를 앞세운 슬프고도 잔인한 방종이 아닐까 합니다.

또 하나 우려하는 것은 아직은 진행중인 역사 앞에서 동시대에 살면서 동시대의 역사를 이렇게 자신있게 단죄할 수 있을까 하는................. 한 20년쯤이라도 더 지난 뒤에 만들어 '순수예술'로 대박을 터트리면 안됐을까요? 하는 아쉬움이있지요.........

영화인 여러분(제작에 참여한--)!

만약 여러분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를 그런식으로 영화화해서 만인 앞에 상영하며 같이 감상하자면 여러분은 편한 마음으로 박수치며 볼 수 있겠습니까?

역지사지의 넓은 마음으로 한 번쯤 생각해 봅시다.

길었습니다. 짧게 말하려고 시작했었는데요.......

우수마발(牛溲馬勃)적 단상을 덧붙인다면---

* 당시의 연예인들은 상당수 청와대를 거쳐 갔을 것이라는 또 하나의 놀라운 X파일을 연상했습니다.

* 당시의 권력층은 먹고,마시고,여색에만 몰두 했다는 사실과, 당시의 군부는 코믹한 병정놀이를 했구나 하는 사실, 그리고 쳐 내려오지 않은 북한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 역사는 반복한다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금의 청와대 내막도, 지금의 권력층 내부도, 지금의 국방상황도 그렇겠구나 하는 추측을 가능하게 했구요.

* 예전에는 비밀의 말을 '일본어'로 지금의 집권층은 '영어'로 말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끝으로 그 영화는 색깔있는 영화였습니다. 간혹 흑백화면이 있긴했지만.......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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