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인사이드]‘영화흥행 감별사’ 극장 프로그래머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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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도 모르고 하느님도 모른다.’

극장가에 떠도는 영화 흥행에 관한 속설이다. 영화 제작자는 아니지만 매일 관객 수를 놓고 씨름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극장 프로그래머. 극장 직원인 이들의 역할은 극장에 어떤 영화를 상영할 지 결정하는 일이다.

프로그래머란 명칭은 1990년대 중반 멀티플렉스가 늘어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상무님’으로 불리는 극장의 영업 담당자들이 주로 비슷한 역할을 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현업에서 활동 중인 ‘상무님’을 포함해 40∼50명의 프로그래머가 ‘영화의 운명’에 개입하고 있다. 그래서 종종 시사회장에서 ‘상무님’을 부르면 한꺼번에 여러 상무님들을 동시에 만나게 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시티극장의 프로그래머 심희장씨는 “극장 프로그래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가장 관객이 많이 올 수 있는 영화를 고르는 것”이라며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작품’을 고른다면 우리는 ‘상품’을 고른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시사회에 참석해 1년에 150여 편에 가까운 영화를 본다.

주변에서는 공짜로 영화를 보는 좋은 직업이라고 하지만 속 모르는 얘기라는 게 그의 주장. 그것은 선택한 영화의 ‘관객 수’가 자신의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전국에 17개 극장이 있는 멀티플렉스 CGV 프로그램 팀은 매주 월요일 심각한 전략회의를 한다. 이 자리에서 주말 CGV에 걸릴 영화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CGV의 경우 서울과 지방, 도심과 주거형 등 극장의 특성이 다양한 만큼 변수도 많다. 시사회 반응, 예매 현황, 스크린 수, 미국 박스오피스 현황, 마케팅 비용, 각 CGV의 지역적 특성 등이 꼼꼼하게 고려된다.

예상 관객 수에 대한 이들의 적중률은 얼마나 될까. CGV 프로그래머 조홍석씨는 “순위는 물론 예상 관객 수를 90% 이상 근접하게 맞춰야 제몫을 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며느리도 모르는’ 관객 수에 대한 예측은 이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셈이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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