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好야 非好야" …연예인 인상-어투-제스처 따른 4가지 분류

  • 입력 2003년 5월 25일 17시 49분


코멘트
《인상연구가 주선희(44·사진)씨는 ‘호’ ‘비호’ 분류에 따른 연예인들의 인상을 분석했다. 다음은 주씨가 밝힌 타입별 인상의 공통점.》

“이 채널에도 강호동 저 채널에도 강호동…”

정연주 KBS 사장은 지난달말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연예인들의 겹치기 출연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드러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 3사 프로그램 중 강호동이 고정 출연하는 것은 3개로, 박수홍(5개)신동엽 김용만(각 4개)에 비해 적다. 그런데 강호동이 ‘찍힌’ 이유는 뭘까. 한 오락 PD의 말을 옮기자면 “강호동은 ‘호(好)’가 강한 만큼 ‘비호(非好)’도 강해 특별히 눈에 띄기 때문”이다.

‘호’ ‘비호’는 PD 사이의 은어다. 시청자가 호감을 느낄만한 연예인은 ‘호’, 호감이 없거나 심지어 불쾌감을 가질만한 대상은 ‘비호’로 분류한다. 잘 생기거나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호’는 아니다. 못 생기고 무능해도 끌리는 인상이 있다. 예쁘고 섹시해도 ‘주는 것 없이’ 미운 연예인이 있다. ‘호’ ‘비호’ 가르기에는 인상 뿐 아니라 말하기 방식, 제스처, 표정도 감안된다.

오락 프로그램 PD들은 “제작진 서너 명만 모여도 ‘호’ ‘비호’가 마술처럼 일치한다”며 “‘호’와 ‘비호’를 가름하는것은 캐스팅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상파 오락프로그램 PD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호’와 ‘비호’는 4가지 타입으로 나눈다.

①호강·비호무(好强非好無·호감은 강하고 비호감은 없다)=KBS2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옥동자’(개그맨 정종철)가 잘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한 조사에서 그는 ‘여성들이 나이트클럽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연예인’으로 뽑혔다. 유머 감각이 위력을 발휘한다는 증거.

신동엽도 외모보다 재치있고 편안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KBS 김충 PD는 “시청자들은 ‘꿈’을 맛보고자 하는 드라마와 달리 오락프로그램에서는 ‘내가 저 사람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 타입에 속하는 연예인들의 미덕은 겸손과 성실이다.

KBS 김호상 PD는 가수 김건모를 “정말 고마운 사람”이라며 “나이와 체면에 연연하지 않고 ‘마당쇠’ 이미지로 나와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수 이성진, 탤런트 정태우, 가수 빈 등도 이 부류. 박경림은 미남 탤런트 조인성과 함께 시트콤에 출연하면서 여성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준 경우다.

②호강·비호강(好强非好强·호감이 강하나 비호감도 강하다)=강렬한 개성은 때론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한다. 강호동 이경실 조혜련은 열광하는 시청자를 가진 반면 ‘기가 세다’며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강호동에 대해 한 PD는 “한 번 나와도 세 번 나온 듯한 강한 인상을 남긴다”고 했으며, 또 다른 PD는 “자신을 불사르는 것처럼 보일만큼 열심히 한다. 하지만 억양이 세고 유행어를 사용하며 몸짓이 커서 ‘오버’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드센 듯한 이미지 때문에 재능과 미모가 가려지기도 한다. SBS의 한 PD는 개그우먼 안선영에 대해 “말도 잘 하고 예쁘고 재미있고 특별히 잘못하는 것도 없는데 부담스러워 하는 시청자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반드시 1인자가 되어야만 만족할 것 같은’ 인상을 강하게 준다고 한다.

③호약·비호무(好弱非好無·호감은 약하지만 비호감이 없다)=편안하고 무난한 스타일. SBS 한 PD의 표현대로 “10번을 나와도 1번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적(敵)이 없어 보이는 스타일. 김용만 박수홍 임백천 개그우먼 조정린 등이 해당된다. 여러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해도 ‘티’가 나지 않아 생명력이 길다.

④호무·비호강(好無非好强·호감이 없고 비호감은 강하다)=가수 J씨, 개그맨 H씨, 탤런트 L씨 등이 해당된다.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변명처럼 자주 하거나, 자기 자랑이 심하거나, 깍쟁이같이 말하거나, 남의 말을 중간에 끊고 자기 이야기만을 반복하거나, 쳐다보는 시선이 똑바르지 않는 경우가 해당된다. 또 예쁘지만 도도하게 이야기 하거나, 본인은 섹시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징그럽고 역겨운 경우 등도 마찬가지. 한 PD는 “자신이 출연하거나 제작한 영화를 TV에서 지나치게 자주 자랑한 한 코미디언도 시청자들의 신경을 건드려 비난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내가 非好? 노력으로 바꿨죠▼

이혁재

●패자부활전은 가능한가=‘비호’가 강했던 사람도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는 게 PD들의 설명. 개그맨 윤정수는 어려운 성장 과정과 그 동안 흘린 땀이, 표인봉은 가정중심적인 모습이 부각되면서 호감을 끌어냈다. PD들은 ‘비호’에 속하는 연예인들에게 “드라마로 주무대를 옮길 것”을 조언하기도 한다. 특정 캐릭터의 ‘옷’을 입는 드라마를 통해 이들이 ‘성격배우’로 자리 잡을 공산이 있기 때문. 개그맨 이혁재(야인시대), 정준하(천년지애), 지상렬(내마음의 콩깍지) 등은 드라마에 출연해 더욱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