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KBS 사장 적격자인가

  • 입력 2003년 3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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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이다. 특정 정권, 특정 집단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에 봉사하는 존재여야 한다. 방송법 12조가 ‘방송의 정치적 편향’을 금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KBS 이사회가 새 사장에 임명제청하기로 한 서동구씨가 과연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언론고문이다. 그런 인물이 사장에 임명될 경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앞으로 권언(權言)유착을 끊겠다는 노 대통령의 약속이 빈말이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과 방송가의 우려다. 정권의 잘못된 주문이 있을 경우 이에 맞서 저항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의 정치상황은 집권측이 신문을 배척하고 방송을 ‘우군’으로 활용하려는 측면이 없지 않다. 노 대통령은 얼마 전 KBS창사 30주년 리셉션에서 “방송이 없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생각도 해 봤다”며 “방송이 가자는 대로 갈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런 마당에 ‘선거공신’의 범주에 드는 인사를 KBS 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전리품 나눠먹기’라는 비난과 함께 ‘권력과 방송의 유착’이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적지 않다. 오래전부터 그의 사장 내정설이 나돌았던 것도 그 같은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뉴미디어시대를 맞아 날로 첨단으로 치닫는 방송에 대해 신문 출신인 그가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KBS처럼 조직이 방대하고 하는 일이 중대한 기관의 사장은 비전문가가 여유 있게 배워 가며 해나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역대 정권에서 우리나라 방송들은 특정 정파에 치우쳐 사실이나 진실을 왜곡하고 그로 인해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런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집권측이 또다시 공영방송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KBS는 정치나 권력의 입김을 차단할 수 있는 독립성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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