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스페셜’ 한-일 양국여성 설문조사 방송

  • 입력 2002년 8월 4일 17시 53분


이혼한 뒤 전업주부에서 비디오저널리스트로 변신, 아프가니스탄과 동티모르 등 분쟁지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영미씨 [사진제공=MBC]

이혼한 뒤 전업주부에서 비디오저널리스트로 변신, 아프가니스탄과 동티모르 등 분쟁지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영미씨 [사진제공=MBC]

'MBC 스페셜'은 11일, 18일 밤 11시 30분 일본 후지 TV와 공동 기획한 다큐멘터리 '여성, 일과 사랑'을 방송해 일과 사랑을 둘러싼 한일 양국 여성의 현실과 미래를 조망한다. 양국 제작진은 4월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여론조사 등을 통해 양국 여성들의 생활상을 비교했다.

제작진이 조사기관에 의뢰해 서울과 5대 광역시에 사는 20∼49세 한국 여성 509명과 같은 연령대의 일본 도쿄(東京) 거주 여성 375명에게 설문을 실시한 결과 한국 여성이 일본 여성보다 독립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혼에 대한 시각. 한국의 경우 응답자의 53.3%가 '결혼 후 배우자에게 만족할 수 없다면 자녀가 있어도 이혼해도 좋다'고 답했으며 기혼 여성 중 50.8%가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일본은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해 본 응답자가 22.0%에 그쳤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한국의 경우 '나 자신'을 가장 많은 사람이 꼽았고 '남편 혹은 애인', '자녀'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남편 혹은 애인'이 가장 많았고 '부모' '나 자신' 순으로 나타나 한국 여성이 일본 여성보다 자기 중심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나는 일부일처제가 싫다'의 저자이자 마산 MBC 라디오 PD로 일하고 있는 임혜숙씨 [사진제공=MBC]

이런 경향은 양국 여성의 사회 진출 욕구 차이로도 연결된다. 결혼 후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한국은 94.7%가, 일본은 84%가 찬성했다. '취업여성이라도 집안일과 육아를 잘해야 하는가'의 질문에 한국은 '그렇지 않다'(51.5%)가 '그렇다'(43.2%)는 대답보다 많았다. 반면 일본은 '그렇다'가 58%, '그렇지 않다'가 17%여서 일본 여성이 가사 의무에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부국인 일본의 여성이 한국 여성보다 일에 대한 욕구를 적게 느끼고 상대적으로 가정에 비중을 크게 두는 것은 왜일까. 전문가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1960년대 이혼을 비롯, 독신으로 살려는 사회적 경향이 짙었다. 여성들은 독신으로 살면서 많은 한계에 부딪쳤고 결국 전통적인 가족제도 안으로 회귀하게 됐다는 것.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 여성 역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제작진은 당초 유교전통이 강한 한국 여성이 일본 여성보다 보수적 성향을 띨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국 여성은 '일'을 행복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지만 일본 여성은 '일'이 행복의 필요 충분 조건이 아니었다.

이현숙 담당 PD는 "한국 여성의 뚜렷한 자기 인식에 새삼 놀랐지만 많은 사람이 '호주제'의 폐해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 호적 전문가는 "호주제는 일본식 가족제도가 한국에 수출된 것으로 일본에서는 1948년 남녀평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이미 폐지됐다"고 밝혔다. 11일 '여자들의 반란' 편에서는 가족제도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 전환과 호주제 폐지 논란을 짚어보며 18일 '행복의 조건'편은 사회생활과 가사에 관련된 양국 여성의 인식을 비교해 본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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