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태조 왕건' 24일 종영… "통일 이뤘으니 물러갑니다"

  • 입력 2002년 2월 20일 18시 06분


“이제 무슨 재미로 주말을 보내나”

KBS1 대하사극 ‘태조 왕건’이 24일 20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데 대한 30∼40대 남성 시청자들의 독백이다.

‘태조 왕건’은 2000년 4월 첫 방영된 이래 30∼40%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2년 가까이 시청률 순위 1∼2위를 지킨 드라마. 특히 드라마 시장에서 소외된 남성 시청자들을 주말 TV 앞으로 불러 들이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여러가지 진기록을 낳았다. 경북 문경에 2만여평, 경북 안동에 1만2000여평, 충북 제천에 8000여평 규모의 야외 세트장을 세웠고 말 8000여마리가 동원됐으며 제작에 참여한 연인원이 40만명이 넘는다. 당시 고려 황궁 세트를 지은 문경의 야외 촬영장은 관광 명소로도 자리잡아 이곳을 찾아오는 관광객은 1999년과 대비해 6배 이상 증가했다.

◇최수종 시종 눈물 연회장 숙연

'태조왕건'이 남긴 기록
야외세트장4만평
최고시청률56.2%
참여인원40만명
동원된 말8000마리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는 ‘태조 왕건’이 세운 기록과 후일담을 나누는 ‘축하 쫑파티’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린 이는 태조 왕건역의 최수종. 그는 입을 떼기도 전에 눈물부터 흘려 400여명이 들어찬 연회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말 타고 달리는 장면 하나를 찍기 위해 스무번씩 NG를 내기도 했어요. 아∼.(눈물 때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선배 연기자분들, 스태프들 정말 사랑하고요, 아내와 우리 두 아이에게도 고맙고, 또, 또….”

그는 한 명이라도 빼먹을까 생각나는 사람 모두를 거명하기 위해 5분 동안을 그렇게 연단에 서 있었다.

‘태조 왕건’은 지난해 5월 20일 궁예(김영철)가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56.2%(TNS미디어코리아 전국 기준)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그 때까지 비교적 주목을 덜 받았던 왕건과 견훤(서인석)도 이후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 드라마는 김영철에게 2000년 KBS 연기대상을, 최수종 서인석에게는 2001년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각각 안겨줬다. 또 김학철(박술희) 김형일(능산) 김하균(태평군사) 김성겸(아자개) 이미지(아자개의 부인) 강인덕(유금필) 등 숱한 조연급 연기자들에게는 CF 출연 기회를 안겨주기도 했다.

◇출연진 노래 부르다 대사 외쳐

‘태조 왕건’ 제작진과 출연자의 고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 하나. KBS 드라마제작국에서는 일정이 고되다는 불평이 나오면 “‘태조 왕건’팀으로 보내버린다”고 한마디만 하면 쑥 들어갔다고 한다. 그만큼 ‘태조 왕건’은 ‘3D 드라마’였던 것.

또 ‘태조 왕건’ 제작진에게 “오늘 촬영 언제 끝나느냐”는 질문은 금기 사항이었다. 엑스트라까지 수백명이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한 장면을 찍는데도 한 나절이 걸리기 때문에 보통 “오늘 일몰 시각이 몇시죠?”라고 물어야 한다는 것. 특히 밤 장면을 촬영할 때 그날의 일출시각이 곧 촬영 종료 시각이 되곤 했다.

이런 고난을 반영하듯 ‘쫑파티’에서 제작진과 출연자들은 수능시험을 끝낸 수험생처럼 스트레스를 한 번에 발산했다. 노래방 기계에서 나오는 반주에 맞춰 출연자들은 저마다 한곡조씩 불러 제꼈고 간주 부분에는 드라마 대사를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한편 ‘태조 왕건’의 마지막회는 왕건이 백제와의 마지막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삼국 통일의 대업을 완성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아들 신검과의 불화로 왕건에게 투항한 견훤은 그 전투의 선봉장으로 나서 백제를 정벌한 뒤 등창이 도져 죽음을 맞는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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