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청 추진]"방송위원 추천 의석수대로"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37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잇따라 “방송의 편파보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후 방송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나라당-자민련’ 양측이 주장하는 방송법 개정의 핵심은 방송위원회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방송위원 9인의 구성 방법. 현재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문화관광위)에 각 3명씩 추천권이 할당되어 있는 방송법을 고쳐 국회 의석수대로 각 당이 방송위원 추천권을 갖자는 것이다.

국회 문화관광위 정원 19명 중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10명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야대(野大) 상황이어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연합할 경우 개정안이 상임위는 물론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 안대로 개정되면 현재 ‘5:2:2’(민주당:한나라당:자민련)인 방송위원 추천 비율은 ‘4:4:1’(민주당:한나라당:자민련)로 바뀌어 방송위원의 과반수가 2야(野) 추천 인사로 구성될 수 있다. 또 현 방송위원들의 임기가 1년6개월 정도 남아있지만 임기 도중 방송법이 개정되면 새로 선임된다.

야당이 이처럼 방송위원 추천 비율을 문제삼는 것은 현행 방송법 상에서는 정부 여당이 방송위원들을 통해 KBS MBC의 사장 선임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편파보도가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고, MBC 사장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선임하는데 방송위원회가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을 구성하도록 되어있다.

방송계에서는 △DJP 공조 파기 이후 자민련이 정부 여당에 가하려는 첫 ‘타격’인데다 △한나라당이 총재단 회의를 거쳐 이에 공식 동의한 점 등을 들어 방송법 개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행 방송법상 국회 문화관광위 위원은 교섭단체에 소속돼야 방송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면서 “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한 자민련은 차기 방송위원 추천권을 잃기 때문에 방송법 개정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송법 개정 시도가 현행 방송법이 안고 있는 취약점은 사실상 외면한 채 정당간 파워 게임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광운대 이창근(李昌根·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방송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 등 방송법 관련 각종 현안은 도외시한 채 방송위원 구성 문제만 다시 논의하자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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