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방송광고 2원화' 산으로 가나

  • 입력 2000년 12월 4일 18시 39분


방송광고 판매의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법안을 심의하는 규제개혁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분 경쟁’을 골자로 한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규제개혁위 내부에서 ‘완전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기 때문이다.

11월 24일 규제개혁위 전체회의가 이 법안에 대한 행정사회분과위의 검토 결과를 놓고 논의했으나 다시 분과위로 되돌려보낼 만큼 진통을 겪고 있다. 분과위도 1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전체회의(8일)를 하루 앞둔 7일 재논의키로 했다. 이 법안은 규제개혁위에서 확정된 뒤 국무회의 등을 거쳐 국회에 상정된다.

이 법안은 방송광고 영업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 외에 민영 미디어렙을 설립해 SBS같은 민방의 광고 판매를 대행케하고 KBS MBC 등 공영방송은 공사가 맡아 ‘2원 경쟁 체제’를 도입하자는 게 골자다.

그 취지는 방송 전파의 공공성을 담보하면서 경제 원리를 도입하자는 ‘절충안’이다. 특히 현재 독과점 상태인 방송 3사의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해 방송사와 광고주의 직거래를 금지하는 방송법의 기본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반면 완전경쟁체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디어렙을 등록제로 하고 미디어렙의 공적 자금 환수를 폐지하며 광고 요금도 방송사가 결정토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방송광고에 시장과 경쟁 외의 다른 변수가 개입할 여지를 줄이자는 논리다.

그러나 문제는 완전경쟁을 주장하는 이들이 방송에 대해 편협된 입장을 토대로 논리를 펴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 광고는 방송의 공공성과 관계없다.” “방송광고 요금이 오르면 방송사를 새로 설립하면 된다.” “시청률 경쟁과 방송의 선정성은 상관없고 시청률 경쟁이 바람직하다.”

이같은 발언들은 공공 자산인 전파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 지상파 방송 고유의 공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시청률 경쟁은 PD들이 저질 프로 양산의 주범으로 꼽고 있으며 방송사를 신설하자는 말도 흑자가 요원한 지역 민방의 실정을 도외시한 것이다.

한일장신대 김동민 교수(신문방송학)는 “규제개혁위에 방송 전문가가 없어 벌어지는 일”이라며 “완전 경쟁 체제로 가면 방송사의 독과점 구조가 더욱 공고해져 여론 매체간 불균형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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