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처음에는 군인 대상으로 만들어진 ‘레드 핫 라이딩 후드’(1943년)와 미국 최초의 X등급 성인 애니메이션 ‘고양이 플릿츠’(1972) 등 성적 코드 중심의 작품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심슨가족’ ‘비비스와 버트 헤드’ ‘사우스파크’ 등 최근 성인애니메이션은 점차 동화같은 어린이세계와는 또다른 현실비판적 내용으로 활력을 얻고 있다.
선정성과 폭력성이 두드러진 일본작품에서도 남성 성기를 괴물의 촉수로 등장시킨 ‘우로츠키 동자’나 최근 국내에 소개된 ‘무사 쥬베이’ 같은 작품이 있는 반면 ‘크레용 신짱’ 같은 작품도 있다. 국내에선 ‘짱구는 못말려’라는 제목으로 어린이 시간대에 방영됐던 이 작품은 어린이의 시각을 통해 바라본 어른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성인물이다. 데즈카 오사무의 ‘클레오파트라’도 성적 표현 보다는 역사적 존재에 대한 패러디 감각이 더 돋보이는 작품.
유럽의 작품은 보다 철학적이고 현실참여적이다. 비틀스의 멤버들이 캐릭터로 등장하는 ‘노란 잠수함’은 냉전체제에 대한 냉소가 숨어있다.
체코의 얀 스반크마이에르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지닌 동화적 분위기를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해낸 걸작이다.
서종원PD는 “성인애니메이션은 그저 야한 만화가 아니라 모순투성이의 현실속 삶을 어른의 시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