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터/전시]장애인 그림공간 '소울음'의 전

  • 입력 2000년 5월 24일 17시 44분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안양문예회관 대전시실(명학역)에서 장애인 그림공간 '소울음'(일어서는 사람들의 기록회)의 전시가 열린다. 소울음의 올해 마지막 전시회가 될 이번 전시는 장애미술인의 작품 40여 점이 힘든 여정 속에 세상과 인사하는 값진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과천시민회관과 인사동 경인미술관을 순회하고 마지막 순회일정으로 안양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불편한 몸과 지친 마음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소울음 화가들의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울음은 '깨달음'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로, 92년 장애미술인 최진섭 씨(척수장애)와 임인식 씨(족필화가), 당시 홍대 미술 전공학생이었던 금영보 씨(서양화가)가 함께 개관한 화실 이름이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소울음은 그림에 관심이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 지방에서 올라오는 장애미술인들을 위해 곧 작은 기숙사도 만들 예정이다. 이 기숙사는 전국적으로 있는 40여 명의 장애미술인들에게 좀더 편한 그림 활동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소울음 가족들은 기대하고 있다.

5월 23일 막을 내린 경인미술관 전시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신현성 군의「파도」라는 작품은 전신마비로 고생하면서 불편한 몸 때문에 미완성으로 출품할 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어서 더욱 보는 이들의 가슴을 숙연하게 했다. 더구나 현성군은 부모님도 장애자여서 이번 전시가 더 빛나는 자리다. 이밖에 뇌성마비로 언어 장애와 심한 수족 장애를 가진 전봉권 씨는 하루에도 여러번 쓰러지면서 정열적으로 작품활동을 해 이번 광주 비엔날레에 '인간'이란 주제로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또「백합」이란 작품을 전시한 척수장애자 박종관 씨는 내년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소울음의 최진섭(척수장애) 원장은 "기존 화단이 장애미술인을 '아마추어리즘'이라 해서 인정해 주지 않는 현실"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장애인이 무얼 하겠느냐며 재능있는 장애인들의 꿈을 저버리는 가족들의 모습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상인들보다 더 열정을 갖고 그림을 그리는 소울음 화가들은 95년 제1회 일어서는 사람들의 기록전 개최를 시작으로 벌써 6년째 일어서는 사람들의 기록회를 열어오고 있으며, 내년 6월엔 재미 체육회 초청으로 장애자컵 특별 초대전을 휴스턴에서 열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교포 장애인들과 정신적인 교류도 지속적으로 다져갈 계획이다.

3월부터 소울음에서 자원봉사 일을 해온 김종숙(45) 씨는 꽃동네 봉사를 다녀온 딸의 권유로 자원봉사자의 길을 걸어온지 벌써 횟수로 4년을 맞는다. 처음에는 장애인과 몸이 닿는 것도 두렵고 꺼려졌다는 그가 지금은 소울음 가족들의 손과 발이 되어 참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소울음 같이 장애 화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현재 세계구족화가협회, 수레바퀴(척수장애), 농미회(청각, 언어장애)등 전국적으로 세 곳이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장애인들이 훌륭한 재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가정형편과 장애라는 사회적 편견으로 소외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4명 정도의 정규적인 자원봉사자가 있을 뿐 물질적 후원이 없는 소울음의 사정은 열악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의 눈과 가슴은 정상인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뜨겁다. 서양화가 금영보 씨는 "'일어서는 사람들의 기록전'은 굳이 삶이 곧 예술이라는 말을 빌리지 않아도 작품 한점 한점에 회원들의 진한 삶을 느낄 수 있는 감동스런 전시회"라고 이번 안양전을 소개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왕성한 작품 활동과 신진작가 발굴 등 재활의 의지를 실현시켜 온 '일어서는 사람들의 기록전'은 기존 작가들의 세련된 화풍과 순수한 그림으로 비쳐질 새 얼굴들이 같이 해 많은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전시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인 그림공간 소울음 (0343) 392-5231

유미선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yoomisun@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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