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칸영화제] '박하사탕' 칸에서 명예를 얻다

  • 입력 2000년 5월 19일 11시 37분


'박하사탕'에 대한 프랑스 언론의 비평적 헌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프랑스 유력 언론사인 리베라시옹(Liberation), 까날 프러스(canal+), 영화 전문지 포지티브(Positiv)를 비롯해 20여개 매체와 인터뷰를 가졌다. 칸 영화제 관계자들의 이창동 감독에 대한 호의도 눈에 띈다. "당신의 다음 작품은 경쟁부문에 오르는 것 아니냐?'라는 대화가 오가고 있다. 한편 미국 여배우 페이 더너웨이가 '박하사탕'을 보고 감독 주간 관계자에게 "매우 큰 감동을 받았다. 감독을 못 만나고 가는 것이 아쉽다. 감독에게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꼭 전해달라"라고 말한 것도 작은 화제이다. 한국에서의 흥행부진을 깨끗하게 만회하고 있는 셈이다.

칸 영화제가 열리는 니스 현지 언론에서도 '박하사탕'에 대한 리뷰가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니스의 일간지 니스 마땡(nice-matin) 5월 15일자에 이 영화에 대한 리뷰가 실렸는데 이 영화를 '감성과 서술적 교묘함이 어우러진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기사의 요약이다.

'박하사탕'은 감성과 서술적 교묘함이 어우러진 걸작이다. 한국에서 소설가로 명성을 쌓은 이창동 감독의 두번째 장편 영화 '박하사탕'은 매우 문학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7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김영호라는 여러 가지 얼굴을 지닌 인물의 20년 동안의 삶을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의 시작은 끝에서부터(다시 말하면 비틀거리며 철교로 다가가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 시작한다. 2 시간 후 어리둥절해 있던 관객들은 마지막 장면에서 김영호란 청년이 그가 한번도 발을 들여 놓지 않았던 장소에 친숙함을 느끼는 것을 발견한다.

이창동은 '두 친구'에서 제인 캠피온이 사용한 방식과 다소 비슷하게 주인공 이야기를 뒷걸을 쳐서 앞으로 진전시킨다. 이 방식은 현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덜 매혹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멜로 드라마를 거스르며 관객의 감성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주인공의 죽음을 무관심으로 맞이하는 한편 슬픔을 불러 일으키는 상투적 장치로 전락할 수 있는 장면(사진기, 10년 만에 재회한 두 연인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여기서는 놀라운 극적인 차원을 획득한다.

'박하사탕'의 작가에게 그 나라의 부끄러움은 그 나라의 과거에 있다. 당연히 영호의 개인적인 운명은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부터 1997년의 경제위기에 이르기까지 한국 역사의 마비증세에 메아리처럼 상응한다.

감상적인 드라마와 정치적 진술서 사이에 있는 이 영화가 서울에서 개봉한 이후 흥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세자르상에 비견되는 한국의 대종상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5개 부문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접하더라도 우리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김광철 기자 (칸 현지 FILM2.0)(kkc@film2.co.kr)

기사 제공: FILM2.0 www.film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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